[뉴스핌=정연주 기자]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마저 위태로운 분위기다. 수출 증가세가 석달연속 뒷걸음질치고 있어서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며 경상수지가 늘어나는 소위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도 계속됐다. 경상수지 흑자폭만 키울 경우 자칫 무역마찰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64억4000만달러로 36개월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이는 수출 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큰 영향으로 소위 '불황형 흑자' 논란을 이어갔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지난해 2월 45억4000만달러 이후 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1월 경제전망보고서:전망 전제치 <자료=한국은행> |
2월 국제수지 기준 수출은 전년보다 15.4% 줄어든 406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332억7000만달러로 21.9% 감소했다. 이는 각각 2009년 9월 -17.3%와 -22.8% 이후 5년5개월만에 최저치다. 통관기준으로도 수출은 3.3% 감소한 415억달러를, 수입은 19.7% 줄어든 337억9000만달러를 보였다.
한은은 저유가와 선박금액 계상방식 차이, 영업일수 감소 등을 수출 감소폭 확대 이유로 들었다. 저유가를 제외한 일시적인 요인이 해소된다면 수출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자료 = 한국은행> |
유익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액 측면에서 에너지가격 하락 영향이 기저상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상수지 규모도 당분간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줄어드는 수입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흑자규모만 커질수 있다"며 "문제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전세계적인 교역량이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하는 세계 교역신장률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평균 7.3%에 달했으나 위기 이후에는 세계경제성장률과 비슷한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가 대외에서 성장 활로를 찾기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 등에 뒤쳐지는 것과 같이 수출 성장률을 낮추는 근본적인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여건이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교역량 증가율이 상회했는데, 요즘은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며 과거만큼 교역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각국이 자국 산업을 활성화하면서 수입을 덜하는 측면이 있다"며 "더불어 우리나라가 수출에 주력하는 분야에서 중국이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이 낮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한은 전망치인 940억달러를 넘어 1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불황형 흑자에 따른 흑자규모 확대라는 점에서 우리경제에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정 요인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즉, 원화절상 압력은 물론 자칫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000억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과도한 흑자 누적은 원화절상 가속화는 물론 환율조작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키워 무역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