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지방의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인구'의 등장
그 어느 때보다 인구감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는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졌다. 인구감소가 예측되는 지역에서 귀농·귀촌 지원, 관광 개발 등 인구 유입을 위한 노력이 빗발치며 지역 간 일종의 '인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총인구수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 간 인구 유치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구감소 시대에 지자체 간 인구 경쟁을 극복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생활인구, 1인 2주 소제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주인구 중심의 지역 활성화 대책 논의의 재편이 시작된 것이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뿐만 아니라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인 교류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르는 사람, 그리고 등록외국인과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를 포함한다. 즉, 기존의 주민등록인구 중심의 관점에서 나아가 정주인구에 체류인구를 더한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생활인구는 지방소멸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서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규정했고, 같은해 5월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생활인구 산정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화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급하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생활인구 통계자료를 분기별로 공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수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도 생활인구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생활인구 확대를 도모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은지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
일본, 지역과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에 초점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지방소멸의 위험성을 감지한 일본 정부는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인구개념을 도입했다. 그동안 일본은 인구감소와 지역쇠퇴의 대응책으로 이주 촉진과 관광 활성화를 통한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확보에 집중했다. 정주인구와 교류인구를 전제로 한 지방창생전략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제2기 지방창생전략(2020~2024)에서 관계인구가 지방 인구감소와 도쿄 일극 집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등장했다.
관계인구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그 지역과 거주민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하게 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는 ㅇㅇ마을에 살고 있지만, △△마을에 매력을 느껴 정기적으로 그곳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은 "고향납세제(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 유사)를 통해 ㅁㅁ지역을 응원한다"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관계인구는 지역의 특산물 구입, 고향납세 기부, 지역 반복 방문, 지역축제에서 자원봉사, 두 지역 거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하는 사람들이 지역 활성화에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젊은 세대의 디지털 노마드, 은퇴 세대의 귀농·귀촌 혹은 두 지역 거주에 대한 관심 확산은 관계인구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총무성, 내각부, 국토교통성 등의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약 67%(2020년 기준)가 관계인구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3대 대도시권의 관계인구가 18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관계인구 만들기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총무성의 관계인구 의식조사에 따르면 시간과 체력, 비용의 부담을 느끼거나 지역 활동에 무관심하여 지역에 관계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해 관계인구 만들기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인구 확보의 과제
생활인구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구원투수로 주목받으며 그 개념과 요건은 제시됐지만, 실제 지역에서 생활인구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인구감소지역 중에서도 주민등록보다 체류인구의 유입이 많은 지역이 있으며, 체류인구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도 존재한다. 지역마다 생활인구(주민등록인구, 체류인구, 외국인 및 재외동포)의 여건이 다르므로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도농교류 사업 등은 지역 방문을 유도하여 이들을 생활인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역에서의 '생활'을 토대로 지역 및 지역주민과 '교류'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일회성 방문객 유치 방안에 가깝다.
생활인구의 확보는 생활인구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지역에서의 '생활'을 토대로 지역 및 지역주민과 '교류'를 만들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지역 활력 증진으로 이어지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생활인구의 확대는 지역 활성화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은지 명지대 교수는 = 일본 도쿄도립대학에서 행정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동체활성화론, 문화정책론 등의 과목을 강의하며, 주요 관심 분야는 지역거버넌스, 지역발전정책, 성과관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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