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증시로 흐를듯, 은행보단 증권주 수혜 기대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은 5월 1일 예금보험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금리자유화 등 금융 제도 정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이 제도를 준비한 지 22년 만이다. 예금보험제도 시행으로 금리 자유화 등 중국의 금융개혁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일 인민망(人民網) 등 복수의 중국 매체에 따르면, 3월 31일 중국 국무원은 예금보험조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오는 5월부터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50만 위안(약 8900만 원) 한도에서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보험 한도가 우리나라의 50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으로 약 예금자의 99.6%가 전액 보장을 받게 된다. 예금보험기금은 보험에 가입하는 은행이 부담하고, 기금은 인민은행이 관리한다.
예금보험제도는 예금자의 권익 보호 외에도 금리 자유화, 은행 구조조정 등 중국의 금융개혁 추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에 맡긴 돈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었던 이제까지는 시중 예금 자금이 대형 은행에 집중됐지만, 어느 은행을 이용해도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면 금리가 높은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높은 금리, 우수한 서비스, 상품 개발을 전개하게 되고, 은행 간에는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은행은 자연스럽게 도산하면서 시장 자발적인 은행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간 경쟁은 대형 은행의 시장 독점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형 은행의 금융시장 독점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의 문제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이었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 경쟁을 전개하기 위해선 예금금리 자유화가 이뤄져야 한다. 중국이 예금보호제도 단행을 결정한 것은 머지않아 예금 금리 자유화를 실현한다는 '신호탄'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은행 예금금리는 인민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의 1.3배를 넘지 못한다.
중국은 1996년부터 금리 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996년 은행 간 대출금리(Chibor), 채권발행 금리를 자유화했다. 2004년 10월에는 대출금리 상한선을, 2013년에는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하한선을 없앴다.
예금보험제도 시행으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예금금리 자유화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은행권 순이익 타격, 장기적으로는 금융개혁에 도움
예금보험제도가 중국의 금융시스템 개선과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직접 당사자인 은행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선 예금보호를 위한 보험료는 은행의 순이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예금보험조례는 은행이 파산 시 7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보상 한도 최고액인 50만위안을 예금자에게 환급해줄 수 있을 만큼의 자금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자금량이 풍부한 대형 은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예금보험조례에 따르면, 시행 초기 보험료를 일괄 적용하지만, 제도가 안정된 후에는 각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따라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금보험제도가 사실상 은행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의 예금보험제도를 보면 보험료 납입률은 0.05% 수준으로 중국은 제도 시행 초기 이보다도 낮은 납입률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예금보험제도가 은행의 예금예치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예금의 대규모 이탈과 이동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은행주 기대 효과 미비, 증권주 '어부지리'
예금보험제도 시행은 정부가 경쟁력 없는 은행의 파산을 용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시에선 은행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예금보험제도가 은행주의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예금보험제도가 은행주보단 증권과 보험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방정(方正)증권은 예금보험제도 시행으로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 나은 환경을 쫓는 예금자금의 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의 유동 자금의 증가는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증권과 보험 등 업종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정증권은 또한 은행을 이탈한 자금 일부가 증시로 유입되고, 이 자금이 증권과 보험 종목에 투자되면서 비은행 금융주의 강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