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주인공 찰리를 연기하는 배우 조형균의 말이다. 뮤지컬 ‘난쟁이들’은 난쟁이 찰리와 빅이 공주들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조형균은 공주를 만나 인생역전을 해보겠다는 포부를 품은 난쟁이 찰리 역을 맡아, 배우 정동화와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배꼽 잡게 만드는 코믹연기와 요절복통 로맨스, 동화와 현실이 어우러진 뮤지컬 ‘난쟁이들’은 두말할 것 없이 재미있다. 이와 관련해 조형균은 “장르가 단순한 코미디라 할지라도, 그저 웃기기만 할 게 아니라 진실된 메시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나름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을 설명했다.
“‘난쟁이들’의 난쟁이 ‘찰리’는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이 극의 경우에는 ‘찰리’가 아니라도, 다른 난쟁이들이나 공주 캐릭터에 재미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전 ‘찰리 만큼은 진실되게 가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가장’이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충실히 따르는 찰리의 진지함, 공주를 만나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찰리의 뚝심에 집중하고 있죠.”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평범하다고요? 사실 그건 그래요(웃음). 캐릭터 분석을 요하는 부분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바로 전작인 ‘사춘기’의 경우엔 현실에 존재하는 성적비관이나 자살문제를 다뤘던 만큼, 아무리 파고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분석할 부분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난쟁이들’에선 안 했다는 얘긴 아니지만(웃음). 일단 ‘난쟁이들’은 발상부터가 웃기잖아요? 돈 많은 여자 만나 인생역전을 하겠다니. 어찌 보면 현실과도 가깝고요. 실제 남자들끼리 만나면 그런 얘기도 하거든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참고로 작품에 다가갔죠. 찰리가 동화나라 인물이지만, 그 이전에 저 자신으로부터 출발해도 되는 캐릭터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의 가장 야망적인 부분을 끄집어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난쟁이들’은 이 시대의 씁쓸한 세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편, 이를 재치 넘치는 B급 유머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쓴웃음이 아닌 유쾌, 통쾌한 속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것이 고정 관객층을 끌어모으며 초연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에 사랑받는 이유. 현실을 반영한 발칙한 에피소드 중 조형균이 가장 공감을 느끼는 부분은 여행을 떠나기 전 빅이 찰리에게 하는 대사다.
“찰리가 ‘그럼 인간 세상이나 가 버리지 뭐’라고 말할 때, 빅이 하는 대사가 제일 와 닿았어요. 빅이 찰리에게 인간세상의 무서움을 말하면서, ‘거기 사람들은 모든 게 불확실해서 연금이나 보험을 든다더라’고 하는 부분이요. 그 대사가 되게 현실적인 게, 모두들 보험이나 연금, 적금 같은 걸 들잖아요? 그러는 이유는 나중에 돈이 필요할 때 쓰려는 건데, 그렇게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모습이 그냥 평범한 우리더라고요. 옛날에 봤던 위인전이나 동화에서는 주인공이 엄청난 모험을 한다던가,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하루에 만족하면서 살았는데. 그 대사에서, 점점 자본에 찌들고 안전한 것만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이 가슴에 확 와닿았죠.”
조형균이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와 친해진 친구로부터 연극부를 제안받고, 연기를 처음 접했다. 대학에서 뮤지컬 학과를 전공한 것은 연극부 친인으로부터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작은 것들이 맞물려 연기를 시작했지만, 꿈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도 절실하게 다니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해서 활동하면서도 저와 맞지 않는 일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남자들이 왜, 인생의 방황이가 올 떄가 있잖아요?(웃음) 괜히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죠. 그러던 중 작년에 ‘여신님이 하고계셔’를 하면서 전환점을 맞았어요. 그 때 형들과 동생들 또, 연출님께서 고민상담을 많이 해주셨고, 연기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힘을 얻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냥 공연이 무지 재미있었어요(웃음).”
지난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하면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과 더불어 수많은 별명을 얻기도 한 조형균은 “어느 순간부터 팬들로부터 ‘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팬카페인 ‘정미소’의 네이밍도 그의 별명 쌀(米)에서 따 왔다고 한다. 앞으로도 어떤 방황기가 찾아올 수 있지만, 조형균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 또, 배우로서의 야망(?)을 기억하며 그 역시 헤쳐나갈 것이다.
“사실 팬분들이 어떻게 불러주시던 저는 감사해요.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연기적으로는 관객분들에게 ‘믿음이 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냥 믿음이 가는 배우. 그 말이 배우 입장에서는 무척 좋아요. ‘이 배우가 하면 그래도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