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영국신사 콜린 퍼스와 신예 태론 에거튼이 만난 수트액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청소년관람불가(청불)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11일 개봉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개봉 37일째인 3월19일 대망의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청불영화 흥행순위 3위 달성(비공식 1위인 '친구'까지 합하면 4위)이 유력하다. ‘킹스맨’이 청불영화 흥행차트를 싹 갈아치운 비결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름)
■팝아트처럼 톡톡 튀는 화면
19일까지 전국 누적관객 501만6397명을 끌어모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가장 큰 특징은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화면구성이다. 물론 이 영화의 전체적인 화면은 보통 실사영화가 구현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감각적인 화면을 배치해 몹시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팝아트 같은 색감을 가장 강조한 장면은 동굴기지 신이다. 주인공 태론 에거튼의 맹활약이 펼쳐지는 이 장면에서 매튜 본 감독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화면을 스크린 위에 흘리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특히 감독은 잔인한 신마저 세련미를 덧대 관객이 느낄 거부감을 최대한 억제했다.
■B급인 듯 B급 아닌 B급 같은 영화
할리우드에서 B급 액션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한 감독은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와 ‘플래닛 테러’의 로버트 로드리게즈다. 이들은 B급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관객을 즐겁게 하는 한편, 결코 A급 영화에 뒤떨어지지 않는 독특한 무언가를 작품 속에 집어넣어 마니아를 양산했다.
‘엑스맨’ 최신작을 연출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를 통해 B급 액션영화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깔끔하고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전혀 싼 티 나지 않은 배우들의 구성, 그러면서도 뭔가 진한 B급의 냄새를 풍기는 절묘한 연출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B급 액션영화로서 ‘킹스맨’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교회 격투 신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언급하긴 어렵지만 이 장면들은 왜 ‘킹스맨’이 B급의 매력을 한 단계 진화시켰는지 설명해준다.
■콜린 퍼스의 생애 첫 수트액션
콜린 퍼스는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외국 중년배우 중 한 명이다. 2011년 거장 톰 후퍼의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휩쓴 연기파인 그는 큰 키와 젠틀한 외모, 매력적인 영국발음으로 여성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킹스맨’의 흥행비결로 콜린 퍼스를 꼽는 건 그가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올해 54세인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자로 잰 듯 정교하면서 호쾌한 액션을 소화해 여성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단호하게 문고리를 잡아 거는 콜린 퍼스의 포스는 그가 액션도 능히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음에도 콜린 퍼스가 중국행을 택한 행보엔 아쉬움이 남는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정통 스파이액션 ‘007’ 시리즈 못지않은 첨단무기로 무장했다. 제임스 본드가 본드카와 각종 초소형 무기로 영화팬들을 설레게 했다면,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쇼윈도 안쪽에 자리한 명품가방처럼 화려하게 진열된 첨단무기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존 스파이영화 안 부러운 첨단무기와 독특한 설정
특히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최정예 요원 킹스맨을 뽑기 위한 요원선발테스트를 취업면접처럼 꾸며 공감을 준다. 단 하나뿐인 킹스맨 자리를 놓고 예비 요원들이 벌이는 아찔한 공중낙하와 수중탈출 등은 다른 스파이액션에서 만나기 어려운 ‘킹스맨’ 만의 매력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