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수혜 볼 듯…중소·중견 건설사 혜택은 의문
[뉴스핌=한태희 기자] 정부가 중동지역 건설 수주를 위해 5조원 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자 건설사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어려워진 중동지역 건설수주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이 정부의 구상대로 건설사에 금융지원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공사 실적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엔 여전히 해외 건설수주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의 이번 해외건설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서 수조원 단위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공사를 수행 중인 대형 건설사 해외영업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주면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하기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보증 한도를 늘리는 것과 같다"며 "해외 사업에 입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해외건설·플랜트 분양 금융 지원 규모를 지금보다 약 5조원 가량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 '온렌딩(간접대출제도)을 도입키로 했다. 정부가 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면 민간금융사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사비만 받는 단순 도급사업에서 건설사가 자금 조달까지 맡는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어 수주기업의 금융조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플랜트 공사 현장 |
중견 건설사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자금 조달 능력이 있어도 결국은 공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해외에서 사업해 본 경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중견 건설사는 해외 건설사와 경쟁하기는커녕 국내 대형사에도 밀리는 판"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민간금융사가 정부 의도대로 돈을 빌려줄지도 의문이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이후 민간금융사가 PF대출을 옥죄고 있어서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PF대출을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중소·중견 건설사의 설명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PF대출에도 관심이 적은 은행이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해외 건설사업에 돈을 빌려줄지 의문"이라며 "잘 되면 좋겠지만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