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장’에서 오상무를 열연한 배우 안성기 [사진=명필름 제공] |
영화 ‘화장’(제공·제작 명필름, 배급 리틀빅픽처스)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두고 젊은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충무로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으로 지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제목인 ‘화장’은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를 지내는 화장(火葬)과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미는 화장(化粧)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김호정의 음부 노출 등 선정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영화는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활자 속 오상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임권택 감독은 그의 시선 너머로 인간의 근원인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 그리고 욕망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죽어가는 아내와 모습과 젊은 여자를 좇는 오상무의 시선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영화 곳곳에 상징적 요소를 채워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어떤 인물이나 상황을 미화하지 않았다. 포장이나 꾸밈도 없다. 대신 검정 상복을 입고 하얀 모래밭을 지나는 오상무와 그 뒤에 붉은 옷을 입고 선 추은주, 아내의 마지막 선물 와인, 전립선 비대증과 바지춤에 감춰둔 오줌 주머니, 아내의 죽음 후 새 광고 콘셉트를 ‘내면여행’ 대신 ‘가벼워진다’로 결정하는 장면 등 많은 부분에서 관객에게 해독의 여지와 의무를 남긴다. 그래서 영화는 다소 무겁고 어렵다. 하지만 또 그만큼 메시지가 묵직하며 깊이가 있다.
영화 ‘화장’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성기(왼쪽)와 김호정 [사진=명필름 제공] |
김호정의 연기는 ‘투혼’이라 불리 울만 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은 물론이고 음부 노출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물이 묻은 자신의 몸을 남편에게 맡길 때 마지막 절규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도 쉽사리 잊을 수가 없다. 김규리 또한 가장 추상적인 추은주 캐릭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려냈다. 그는 오상무가 시선을 빼앗길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고 고고하다. 여기에 전혜진, 연우진, 예지원 등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였다. 오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