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 "합법적 요건 갖춰"…시민단체·국회 "외국계펀드의 시장교란 막아야"
[뉴스핌=고종민 기자 윤지혜 기자] 11일 열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보고펀드의 한국토지신탁(한토신) 대주주 적격 심사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이날 오후 KKR-보고 펀드의 한토신 인수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은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KKR-보고펀드 측의 설득 논리가 통할지 주목된다.
KKR은 한토신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현재 2대주주인 아이스텀파트너스로부터 직접 지분을 넘겨 받기로 했다가 돌연 사모펀드(PEF) 파이어니어를 인수 주체로 내세운 대목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 사모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특수목적회사(SPC) 3곳의 자금이 모두 KKR에서 나왔고, 각각의 지분율이 30%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KKR은 뒤로 빠지고 프런티어인베스트먼트가 파이어니어 펀드를 내세웠고, 이 때 자금을 KKR에서 댄 구조다. 프런티어의 모회사는 아시아퍼시픽캐피탈(APC)이지만, 이번 거래의 자금줄은 KKR이었던 셈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은 30%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인 만큼, KKR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언론과 금융당국의 눈총이 거세지자 KKR은 보고펀드를 끌어들였다. 아이스텀이 파이어니어로 넘기기로 했던 계약을 보고·프런티어가 지난달 말 넘겨 받는 계약으로 갱신한 것이다.
이는 KKR측이 금융위 승인을 받기 위해 계약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KKR의 지분율은 45%선으로 줄었고 보고펀드의 지분율이 50%를 차지했다.
보고펀드 측은 KKR이 펀드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유한책임사원(LP)이며 또 경영과 관련해서 비토권을 설정하는 등 KKR의 경영 관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보고펀드와 프런티어 사모펀드는 한토신 지분을 인수한 후 상호 비토권(거부권)를 가진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프런티어 PEF가 KKR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이로써 KKR 등은 대주주 적격성 시비를 넘어갈 수 있는 합법적인 구조를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시민사회 자체에서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지난 2월에 증선위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금융위 입장에선 과거 편법 인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세에서 인수 허용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나 금감원 관계자들은 증선위 위원들이 법률적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으면 승인하든지 하면 될 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조창희 투기자금감시국민연대 대표는 "지난 5일 한국토지신탁의 대주주변경 승인과 관련해 긴급하게 금융당국에 진정을 했다"며 "APC가 OB맥주를 인수한 대주주로서 국내에서 탈세 전력이 있고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편취 수수료 조사와 관련해 시정 조치를 받은 글로벌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사실상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사안을 두고 신중한 판단을 주문하고 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진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감독원에선 반대하고 금융위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KKR펀드 관련해서 미국에서도 KKR을 금융계 마피아로 보고 있다"며 "조세회피·먹튀 등 금융회사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면 국내 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종룡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직 심사중인 안건에다 취임 전 이라 대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증선위를 통해 제대로 검토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해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인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토지신탁은 이번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KKR-보고의 대주주 승인 여부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만약 승인이 된다면 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전개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최대주주인 MK인베스트먼트(37.57%)와 2대주주인 아이스텀(35.20%) 측이 지난 2013년 말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엠케이 측이 2013년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았지만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고 이사회 등 경영권을 아이스텀 측이 장악해왔는데, 이번 총회에서 6명의 등기이사 선임을 놓고 양측이 대결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