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의 지분 혈맹…넷마블 가치는 '의문'
[뉴스핌=이수호 기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지분 혈맹을 맺으면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노리던 넥슨은 힘이 빠진 모양새다.
현재 뉴욕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주 넥슨 회장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장 넷마블게임즈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우호적인 세력임이 공식화되면서 넥슨의 기존 전략도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17일 갑작스럽게 열린 양사의 기자회견에서도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로 인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초점을 경영권 분쟁이 아닌 글로벌로 봐야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우군이라는 점은 숨기지 않았다.
이날 방 의장은 "엔씨의 현 경영진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을 하고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라며 "현재의 경영진이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고 그런 것들은 상식선에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에 넥슨 입장에선 크게 당황한 눈치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매각 결정이 진정으로 주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넥슨 내부 사정에 정통한 A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이 요구했던 자사주 매각이 넷마블쪽으로 갈 것이라고는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며 "내부에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머리를 잘썼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당장 김 대표와 넷마블게임즈의 협업으로 확보한 지분이 20% 가까이 올라서면서 15%에 그친 넥슨이 구체적인 경영권 간섭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이 요구했던 자사주 소각 역시, 넷마블게임즈라는 새로운 변수에게 제공되면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흔들려던 넥슨의 기본 전략이 어긋나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엔씨소프트가 넥슨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지분을 구입했다는 주주들의 비판은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도 여러차례 넷마블게임즈의 지분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넷마블과 협업에 나섰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급하게 꺼낸 전략으로 보인다"라며 "엔씨소프트의 자사주와 넷마블의 지분이 비슷한 수준으로 맞교환됐다는 점에서 향후 넷마블게임즈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을 끌어들여 경영권을 지키는 동시에 모바일 사업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에 대한 출혈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