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4조원 유입…달러강세·주요국 통화약세 탓
[뉴스핌=배효진 기자] 글로벌 환율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바구니에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통화전쟁에 따른 환율 변동폭 확대에 환헤지 ETF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환헤지는 외환거래에 따른 환율변동 위험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주식으로 수익을 거뒀지만 해당국 통화가 약세일 때 환헤지 상품을 담는 것이 유용하다.
ETF 전문운용사 위즈덤트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환헤지 ETF 자산규모는 315억달러(약 34조3413억원)로 2011년보다 5배 늘었다. 리퍼&ETF(Lipper and ETF.com)는 이 가운데 미국시장에 유입된 규모는 193억달러로 2011년 67억달러에서 3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위즈덤트리 루치아노 시라쿠사노 최고투자잭임자(CIO)는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 증가로 환헤지 ETF에 수십억달러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 증시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미국 투자자들이 환헤지 ETF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는 유로화 대비 2003년 이후 최대치로 절상됐으며, 엔화에는 7년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ETF 전문매체 ETF 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위즈덤트리 유럽 환헤지 ETF(종목명: HEDJ ETF)는 6.6%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환율 변동성을 헤지하지 않은 아이셰어즈 ETF와 뱅가드 ETF의 수익률은 -6%, -6.6%를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헤지 ETF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드 키츨리 도이체방크 ETF전략 수석은 "과거 달러 강세는 보통 7~10년간 이어졌다"며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환헤지 ETF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2002년과 2010년 고점에 비해 달러가치가 32.3% 낮아 강세가 지속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반드시 환헤지 ETF를 담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사 카레인셰어의 브렌단 아헨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각 나라의 기준금리에 따라 환헤지 ETF 비용이 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이나 인도는 기준금리가 12.25%, 7.25%로 유로존(0.05%)과 일본(0.10%) 등 저금리 국가들보다 환헤지 비용이 비싼 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도 걸림돌이다. 환헤지 ETF 상품의 평균 수수료는 0.54%로 뱅가드 FTSE 유럽ETF(0.12%)나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유럽ETF(0.1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구겐하임의 빌 벨든 상품개발 대표는 "통화에만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환헤지보다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