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매출원가 2배 이상 높아...캐릭터 매출과 무관한 실적
[편집자] 이 기사는 2월5일 오후 7시8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홍승훈 기자]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가...사실 '초이락'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습니다."
국내 완구업체 손오공이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 '터닝메카드'를 통해 완구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손오공 관계회사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이하 초이락)가 제작한 52부작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가 지난 3일 공중파를 통해 방송을 타면서 증권가 기대감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는 최신규 회장이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으로 회사측은 이를 통해 자동차 변신로봇과 카드게임을 결한한 신개념 완구 '터닝메카드' 완구 매출 성장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카봇' 캐릭터와 함께 올해 손오공 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상한 건 이쯤되면 주가도 날아갈 만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최근 관련 이슈에 대한 증권가 리포트가 쏟아졌고, 마침내 지난 3일 '첫방'도 탔지만 주가는 제자리다. 최근 한달 3000원 수준에서 3000원대 중반까지 기세를 올리는 듯 보였지만 결국 기관과 외국인의 계속되는 매물이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가에선 손오공의 이상한 지배구조 문제를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과거에도 캐릭터상품의 히트로 실적기대감이 고조된 적이 있지만 회사측이 내놨던 실적은 매번 시장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는 것이다.
A사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손오공은 캐릭터 등 제품 인기와 관계없이 실적을 제대로 낸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도 기대감은 형성되고 있지만 손오공이 완구 개발 및 제조사인 '초이락'과의 이익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현재로선 판단이 어렵다'고 전해왔다.
B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측은 1분기 매출 총이익 40%,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예상하는데 일단 과거 전례를 봤을 때 1분기 실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회사(초이락) 리스크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말하는 초이락 리스크는 뭘까. 손오공의 올해 대표 캐릭터인 터닝메카드, 카봇을 개발 제조하는 곳은 손오공이 아닌 '초이락컨텐츠팩토리'다. 2007년 12월 설립된 이 회사는 최신규 회장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손오공의 관계회사로,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의 손오공 지분은 17.76%에 불과하다. 초이락 대주주는 최 회장의 부인인 이희숙씨로 돼 있다. 이 곳에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상품을 개발과 제조를 맡고 손오공은 이를 매입해 유통을 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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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 최근 10년 주가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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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최근 10년 주가차트> |
문제는 이들 회사간 거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다. 초이락에서 개발 제작한 제품을 손오공이 얼마에 매입하는지 등의 거래관계가 베일에 쌓여 있다. 손오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손오공이 초이락으로부터 제품을 매입한 금액이 68억9300만원이라는 정도 외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없다. 외감법인도 아니어서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도 나오지 않는다. 일반기업들이 지분을 보유한 여느 자회사와는 달리 대주주로만 엮이는 소위 '관계회사'에 대해선 연결 실적으로도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손오공의 매출총이익을 보면 관련 내용을 대강 추정할 수 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제품원가를 뺀 수치인데, 손오공의 최근 3~4년 매출총이익률은 경쟁사 대비 크게 떨어진다.
손오공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25.8% 수준인데, 경쟁사인 '오로라'의 같은기간 매출총이익률(50.4%)은 손오공보다 두 배나 높다. 최근 3~4년 추이를 봐도 손오공의 매출총이익률은 최저 12%에서 최대 27% 수준인데 반해 오로라는 매년 48%~52% 수준을 기록했다. 오로라가 10만원짜리 완구를 만들때 원가가 5만원 가량이라면 손오공은 같은 완구를 만들때 8~9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라면 실적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이에 오로라가 매출과 영업이익은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꾸준히 상승하는 것과는 달리 손오공은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3년여 전 오로라를 앞섰던 손오공 시가총액은 700억원대로 감소했고, 오로라는 반대로 1500억원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개인과 기관들도 양사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최근 손오공이 자체개발 완구캐릭터를 내놓으며 완구업체 최대 리스크인 '재고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시장이 신뢰하기엔 여전히 쉽지 않다.
C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완구 특성상 재고부담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이를 초이락과 손오공이 어떻게 나눌지는 회사 오너 결정에 달렸다"며 "추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더라도 손오공 실적에 어느정도 반영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꼽았다.
이 같은 시장 우려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터닝메카드에 대한 개발비 등 투자비용이 80억원인데 초이락이 이를 떠안고 있으며, 이제 막 시작한 것이어서 투자비용 회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때문에 손오공보다 실적이 좋을 순 없고 적자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카봇과 터닝메카드 등으로 우리가 주목을 받다보니 그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은데, 올해부터 실적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그 같은 시장 오해도 풀릴 것"이라면서, "마진율 역시 과거 일본에서 수입하던 수준과 비교해 초이락과의 거래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회사측은 초이락의 최근 실적 및 손오공과의 거래관계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도,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