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조치·IS·대미 관계 등 난제 '산적'…건강 이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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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중동의 맹주로 꼽힌다. 이슬람교의 종주국으로서 중동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실질적 리더다.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사망했을 때 전세계 석유시장이 요동친 것은 그만큼 사우디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압둘라 전 국왕의 뒤를 이어 '격동의 저유가 시대'를 이끌게 될 사우디의 새 국왕 살만 빈 압둘 아지즈는 누구일까.
◆ 살만 빈 압둘 아지즈는 누구
폐렴으로 사망한 압둘라 전 국왕의 이복동생이면서 후계자로 지명된 살만 국왕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즉위하자마자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살만 국왕은 1935년 12월31일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이븐(알) 사우드 전 국왕의 25번째 아들이다. 1935년 12월 31일 태어난 그는 사우디 왕가의 자제들을 위한 왕실학교에서 종교학과 근대과학을 공부했다.
살만 국왕의 아버지인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제1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출처: 위키피디아] |
그는 1963년부터 2011년까지 48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주지사를 맡아 작은 사막 마을에 불과했던 리야드를 현대적인 대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살만은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 실용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사회·종교 분야에서는 압둘라 전 국왕보다 더 엄격한 이슬람교도로 소문났다. 사우디 왕실은 그가 10세 때 이슬람 성전인 코란을 완전히 암송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가 소유 방송사 사우디 알 아라비아의 자말 카쇼기 회장은 "살만 국왕은 압둘라 전 국왕의 개혁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계승하려 하고 있다"며 "다만 그의 가치관은 좀더 보수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세계 석유의 20%를 보유한 자원 대국이지만 에너지 수출 외에는 발전된 산업이 없다. 정치 체제도 전제군주제에 머물러 있어 서방 국가에 비해서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편이다. 압둘라 전 국왕은 이를 개혁하고자 사우디의 전통 부족문화에 현대국가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노력했다.
압둘라는 젊은 인재들이 해외에서 공부하도록 국가 장학금 제도를 만들었고, 외국 기업들이 사우디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사우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갖춘 탄광·여행·태양광 등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려 했고 여성들을 고위 관료직에 앉히기도 했다.
다만 압둘라의 개혁은 진전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는 여전히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이 없고, 인권 보장이 열악해 신체절단형이나 공개처형이 자행되고 있다. 여성들은 운전하는 것도 금지돼 있을 정도로 남녀 평등이 정착되지 않은 사회다.
살만 국왕은 압둘라 전 국왕의 개혁 조치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유가 급락과 '이슬람국가(IS)'의 득세 등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난제들을 안고 있다. 또 이란 핵협상과 시리아 공습 문제로 오랜 우방국인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새 국왕 [출처: AP/뉴시스] |
선왕인 압둘라는 집권 당시엔 친미 성향이 강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미 성향이 약화되면서 억압적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사우디 시민활동가에게 채찍질 1000대 형벌을 내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외교적 해법을 쓰는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바꾸자 사우디와 미국과의 관계에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압둘라 전 국왕이 예민한 시점에 세상을 떠나 사우디가 혼란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살만 국왕은 서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우디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데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8년간 리야드 주지사를 맡으면서 종파와 부족 간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후계자 혈통 논란과 건강이상설
살만 국왕의 후계자로는 이복동생인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제2 왕세제가 지명됐다. 영국 유학파인 무크린 왕자는 정보국 국장 등을 맡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청렴하고 명석한 인사'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크린 왕자의 어머니가 예멘인 하녀라는 점이 문제시되면서 '혈통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출처: 위키피디아] |
그 결과 선왕과 나이가 비슷한 동생들이 왕위를 이어받으면서 '왕실 고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살만 국왕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AP통신은 뇌졸중을 앓은 살만 국왕이 왼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고 보도했으며, CNN은 살만 국왕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은 "살만 국왕이 가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며 "살만 국왕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온전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살만 국왕이 무크린의 혈통 논란을 감수하면서 급하게 후계자를 지정한 것도 자신의 건강 문제로 나타날 미래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의 사망 이후 중동의 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살만 국왕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