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프랑 환차익 수요 늘어…러시아 위기로 안전자산 몰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환율 하한선 폐지 결정에는 러시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이먼 데릭 수석 시장 전략가 [출처: 뱅크오브뉴욕(BNY)멜론] |
SNB는 이날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인 환율하한제를 3년 4개월 만에 폐지했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스위스프랑 강세가 심화되자 SNB도 환율 방어를 포기한 것이다.
사이먼 데릭은 스위스가 글로벌 석유 거래의 최대 중개인 역할을 맡아왔다고 이번 SNB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석유 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매출은 달러로 벌어들이는 반면, 세금은 스위스프랑으로 지불한다"며 "이들은 달러와 스위스프랑 부채를 모두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달러 수요가 증가해 달러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다. 업체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유로를 매수한 다음, 이를 다시 스위스프랑으로 환전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데릭은 "SNB는 몇 주 내 스위스프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다만 SNB는 스위스프랑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기 때문에 스위스프랑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발생했을 경우 스위스프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SNB는 환율 하한선을 폐지한 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한 은행들에 적용하는 예금금리를 -0.25%에서 -0.75%로 0.5%p(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인 3개월 리보(Libor)금리 범위도 -0.75~0.25%에서 -1.25~-0.25%로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이러한 예금금리를 자국민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금융자산에 주로 적용해왔다. 이는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다만 데릭은 "SNB는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했으나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번 결정은 그에 따른 추가 조치"라고 지적했다.
앞서 토머스 조던 SNB 총재는 지난해 말에 스위스프랑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을 두고 "러시아 정세 악화가 주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