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수요 증가…디젤 비중 줄고 가솔린 늘어
[뉴스핌=김연순 기자] # 경기도 분당 집에서 서울 여의도 직장까지 30km 넘는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김모 씨. 김 씨는 작년 이맘때 출퇴근 기름값으로 한달에 약 30만원 정도를 지출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다달이 들어가는 기름값이 5만원 이상 줄었다. ℓ당 1500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간 주유소에서 6만원만 넣고 1주일을 버틸 수 있게 됐다. 저유가 영향으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저유가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유류비 부담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이 제공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47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9년 6월 둘째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ℓ당 1900원에 달했던 전년 동기 대비 300원 정도가 저렴해졌다. 작년 5월 1800원대에 진입한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10월에 1700원대에 진입한 이후 12월에는 1600원대와 1500원대를 연속 돌파하며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씨처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자가용족과 자동차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2014년 승용차 국내 판매실적을 보더라도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는 자동차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는 의미 있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6월 3만1954대에서 9월 2만8501대로 줄었으나, 12월에는 4만3976대로 늘었다. 6개월 만에 37.6%(1만2022대)나 증가했다. 특히 2013년 12월(2만6031대)과 2014년 12월 실적만 놓고 보면 69%(1만7945대)나 늘어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 판매량 증가는 신차 출시 효과, 차값 할인, 판촉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저렴한 기름값 역시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특히 '저유가 파장'으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호도가 인기를 끌었던 경유(디젤)에서 가솔린으로 돌아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BMW의 대표 인기 차종인 '3시리즈'는 한때 91%까지 올라갔던 디젤 판매 비중이 지난달 83%선으로 떨어졌다. 월간 판매량은 지난해 8월(53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54대에 그쳤다. 국내 메이커들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소형 차종 '엑센트'는 지난해 9월 40%에 이르렀던 디젤 비중이 24%까지 떨어졌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 패턴이 유가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디젤 판매비중 감소가 (저유가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주요 요인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유가시대 소형차·디젤·LPG·하이브리드 차량에 중점을 두고 전략을 짰던 자동차업체에선 판매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저유가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소형차보단 중형급 이상 자동차, 디젤차 대신 가솔린 자동차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기름값 때문에 디젤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디젤차만 굳이 선호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있고, 자동차 구입시 과거 고유가때처럼 디젤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가솔린 차량 판매가 다소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차 구매자 입장에서) 차량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보다 차량 구입 초기비용이 덜 들어가는 차량을 구입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면서 "디젤이 주가 되는 것은 수입차들이지만 국내 완성차에서도 저유가 환경에 맞춰 마케팅 측면에서 변화를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