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눈길'...비싼 가격 외국인 관광객 배려 아쉬워
[뉴스핌=이보람 기자] 극장 내부의 불이 꺼지고 관객들은 숨을 죽인채 무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곧 음악과 함께 눈에 익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했다.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실제 아티스트는 아니었다.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School OZ)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홀로그램을 본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소리는 실제 아티스트들이 나타났을 때의 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영상 속 아티스트가 실재가 아닐까 의심할 만큼 실물과 크기까지 거의 흡사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14일 공식 오픈에 앞둔 지난 13일 오후 5시 자사 한류 콘텐츠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에서 그랜드오픈행사를 열었다. 언론 및 각계 인사를 대상으로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
<사진=서울 삼성동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 전경, 제공=SM엔터테인먼트> |
입구에 깔린 레드카펫, 주변으로 몰려든 수백 명의 인파와 포토라인의 카메라들은 마치 연말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할 때 마다 들리는 환호소리는 오픈 행사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 날 행사에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비롯한 기관장들과 ICT관련 기업인, 에스엠 이수만 회장과 소속 아티스트 등 400여 명이 넘는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공식 오픈 행사 시간인 오후 5시보다 일찍 아티움을 찾아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축하 인사와 새해 덕담을 건넸다. 이어 기대와 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각 층의 시설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했다.
◆ 총 200억원 투자, 가상현실·IoT·비콘기술까지
서울 역삼동에 자리잡은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은 200억원이 투자된 한류콘텐츠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용석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미디어콘텐츠 CP는 "미디어 콘텐츠와 대한민국의 강점인 ICT가 결합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SM 이수만 회장은 환영사에서 "IT와 CT(CULTURE TECHNOLOGY)의 생산품 결합, 그런 점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 홀로그램 뮤지컬이 구현됐고, 3D 프린터나 근거리 통신 기술 등 기술과 결합되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2층부터 6층으로 구성된 공간 곳곳에서 최첨단 기술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높은 5,6층에 위치한 'SM타운 시어터(THEATER)가 대표적이다.
에스엠 측은 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비콘(BEACON)기술 등 각종 ICT 기술이 시어터 전체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사진=5층 SM타운 시어터(THEATER), 제공=SM엔터테인먼트> |
이 곳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뮤지컬이나 콘서트 상영이 가능하며 스크린을 내려 일반 극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스크린이 앞에만 있는 일반 극장과는 달리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사용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선명한 홀로그램 영상과 입체 음향시스템으로 실제 아티스트들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은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김재홍 에스엠 IR 팀장은 "홀로그램 공연 상영 때는 사각지대를 제외하고 465석까지 자리할 수 있다"며 "5,6층 좌석을 모두 합치면 700석 규모"이며 “IoT 기술을 통해 전체적인 설비가 컨트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 SM타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초정밀위치감지 기술인 비콘(BEACON)을 활용해 시어터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관련 페이지가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이 기술은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 전체 공간에 적용돼 일종의 '가이드맵' 역할을 하며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층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카페와 SM스튜디오에서 역시 ICT기술을 이용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아래층 'SM타운 라이브러리 카페'로 들어서면 사람 키보다 큰 주크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SM에서 자체 개발한 LP판을 기계에 넣으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 10곡을 골라 저장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동그란 유리판일 뿐인 이 특수 LP판을 테이블에 있는 플레이어 위에 올려놓기만하면 근거리데이터무선통신(RFID) 기술의 활용으로 자동으로 재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소녀시대 멤버 효연(왼쪽)과 유리(오른쪽)가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 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있다. 제공=SM엔터테인먼트> |
또한 쇼케이스에는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적힌 알록달록 컵케이크와 각종 디저트들이 진열돼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이 붙은 컵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식음료와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공간인 셈이다.
3층 SM타운 스튜디오에서는 실제 아티스트처럼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스튜디오로 들어서면 유리로 된 헤어&메이크업 존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그 양쪽으로는 각종 장비가 갖춰진 몇몇 녹음실과 춤과 노래를 직접 배울 수 있는 트레이닝 스튜디오, 사진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각각 마련돼 있었다. 실제 아티스트들이 작업했던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와 금방이라도 아티스트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공간이었다.
SM 측은 이곳에서 역시 최첨단 기술과 SM의 전문 인력을 통해 원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배경으로 자신이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
◆ 셀러브레티 샵 썸(SUM), 단순 MD상품서 다양한 상품 '진화'
콘텐츠 분야에서 이미 매출과 직결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상품 판매다.
특히 2층 셀러브리티 샵 썸(SUM)의 경우 지난달 임시 오픈을 통해 대중들에게 미리 공개돼 벌써부터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구에 들어서면 깔끔한 매장에 물건이 빼곡이 진열돼 있다. 천장엔 몇몇 티셔츠가 걸려있고 벽에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상품의 가격대와 종류도 다양했다. 아티스트를 빼 닮은 캐릭터를 활용한 1000원 대의 스티커부터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악세서리, 사탕 같은 먹거리까지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티스트들이 입고나와 화제가 된 일명 '공항패션' 아이템의 경우 수십만원에 달하는 다양한 브랜드의 고가 상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썸 매장의 영업을 담당하는 이대오 SM브랜드마케팅팀 사원은 "매일 2500~300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한다"며 "대부분 물건은 한정판매로 수량이 모자라 고객 1인당 물품 2개로 판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날 매장에는 오픈식 행사로 인해 일반 고객의 입장이 제한돼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은 직접 볼 수 없었지만 매장 직원들에 따르면 최근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3만8000원의 '2015 시즌 그리팅'으로 달력, 다이어리, DVD 등이 포함된 연말연시 시즌 제품이라고 한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얼굴을 상품화한 기존의 MD상품 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세련되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군이 준비돼 있어 보다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 '새로운 한류'될까…만만치 않은 비용, 꾸준한 콘텐츠 보강 필요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은 전 세계 최초로 아티스트와 이에 관련된 콘텐츠를 한 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를 여는 등 직접 발로 뛰는 활동이 주 수익창출원이었던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있었다.
꾸준한 투자·지원을 통한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이 첫 번째다. SM타운 앳 코엑스 아티움의 핵심 콘텐츠인 홀로그램 영상의 경우 총 세 편의 영상이 하루에 1번식 상영될 예정이다. 뮤지컬 한 편과 콘서트 두 편이다.
처음에는 홀로그램이 신기해 시어터를 찾은 관객들의 재방문을 위해선 결국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홀로그램 콘텐츠는 SM엔터테인먼트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 20억원을 받아 총 50억원을 들여 새롭게 제작했다. 앞으로 상영될 콘텐츠로는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와 콘서트 영상인 '걸스토리(Girl Story)'가 예정돼 있다.
콘텐츠의 수준도 점차 보강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봐야 실제 사람과 구별이 될 정도로 실감나는 기술력은 박수를 칠만하다. 다만 이 콘텐츠가 진정 새로운 한류로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탄탄한 스토리라인 등의 다양한 매력을 지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정책도 다소 과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든다.
시어터 관람료는 7만7000원으로 일반 뮤지컬이나 콘서트 공연보다는 저렴하지만 영화관보다는 훨씬 비싼 수준이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오픈 이후 한동안 가격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4층 라이브러리카페에서 판매하는 식음료들도 1만원을 조금 밑도는 가격으로 일반 카페보다 훨씬 비싸다.
또한 영어·일어·중국어 안내판은 잘 되어 있으나 정작 중요한 홀로그램 영상은 우리말로 제작돼 주 타깃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하기 위한 특별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