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의 인기를 타고 을미년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국제시장'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뉴스핌=김세혁 기자] 을미년 새해에도 영화계와 안방극장이 복고 열풍으로 뜨겁다. 195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객석의 향수를 자극하며 개봉 2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얼마 전 방송한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1990년대 톱스타들의 무대를 꾸며 가요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안방극장 역시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복고가 상승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잘나가는 복고 프로그램들이 가진 공통점을 짚어봤다.
'응답하라' 바람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복고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응답하라 1988' 제작에 얽힌 소문까지 돌고 있다. [사진=CJ E&M] |
복고는 세대를 아우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층에게는 아빠엄마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그 시절을 살았던 기성세대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진한 추억을 선사한다. ‘향수’와 맞닿은 잘 만든 복고 프로그램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한다.
1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6.25 전쟁 후 고달픈 우리 부모세대를 조명한다.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 시대의 정이 아버지 세대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광부, 간호사, 군인 등 외화를 벌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그때 사람들의 막막한 심정도 영화 속에 잘 녹아 있다.
유하 감독의 신작 ‘강남 1970’과 하정우 감독의 ‘허삼관’도 과거에 집중했다. 각각 1970년대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은 요즘 세대는 모르는 그 시절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그려 복고 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조명한 복고드라마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tvN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는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었거나 40대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지난날을 이야기해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코미디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SBS ‘웃찾사’의 인기코너 ‘삼대천왕’은 나훈아, 조용필, 서태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복고 가수들의 이미지를 활용해 웃음을 주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빈티지의 매력1990년대 톱가수들이 총출동한 MBC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 복고 열풍을 타고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사진=조성모·이정현 인스타그램]
복고의 인기는 빈티지 특유의 매력과 연결된다. 오래되고 낡은 것은 무조건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폄하하던 시대는 진작 지났다. 관리가 잘 된 예전 명품 차량이 잘나가는 스포츠카보다 수십 배 비싼 경우가 종종 있다.
명품 빈티지의 매력은 MBC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빛을 발했다. 1990년대를 풍미한 김건모, 쿨, SES, 김현정, 조성모, 소찬휘, 지누션, 이정현 등 톱스타들의 주옥같은 명곡은 당시 젊은 세대는 물론 요즘 세대까지 아우르며 박수를 받았다. 객석은 특히 예전과 다름없는 외모와 가창력,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추억의 스타들 프로다운 근성에 환호했다.
■영리한 요즘 복고, 신구 콜라보로 세대공감 꾀하다'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에서 쿨의 유리 자리를 대신한 예원 [사진=MBC '무한도전-토토가' 캡처]
최근 잘나가는 복고의 트렌드는 신구의 콜라보, 즉 세대 간의 화합이다. ‘토토가’는 원조가수는 물론 김예원, 서현 등 젊은 아이돌을 섞어 세대공감을 이끌어냈다. SES의 원조가수 바다와 슈가 그대로 출연하는 한편, 유진 대신 서현이 들어가 색다른 분위기를 뽐냈다. 김예원은 쿨의 홍일점 유리의 대타로 깜짝 활약해 호응을 이끌었다.
서바이벌 형식을 곧잘 채용하는 요즘 가요프로그램 중 KBS 2TV의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눈여겨보자. 다른 가요프로그램이 점수경쟁과 승패에 집중했다면,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가요계를 풍미한 전설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물론 탈락이냐 아니냐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지만, 순위에 집착하기보다 전설에 대한 오마주에 무게를 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잘 만든 복고, 장르를 아우르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사진=PMC프러덕션]
성공한 복고는 그 영향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뻗어나가 발전한다. 일례로 ‘토토가’는 그 시절 가수들이 착용한 의상과 액세서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패션업계에까지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국제시장’의 배경인 부산 국제시장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분위기다. 실제로 ‘국제시장’이 히트하면서 부산 국제시장을 찾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토토가’와 ‘응답하라’ 시리즈에 등장한 추억의 가요들은 요즘 가수 사이에서 다시 부르기 열풍을 타고 있다.
추억의 노래들을 묶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도 잘 만든 복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2007년 초연 이래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뮤지컬은 8090 시절 노래를 주크박스 형태로 묶어 객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