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배우들은 말한다. 연기자는 타인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일이라고.
올해 케이블 드라마 최고의 흥행작 ‘미생’은 직장인의 애환과 갑과 을의 생태계를 사실적으로 그려 시청자에 사랑받았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한 ‘미생’에 열광했고 매주 금, 토요일 밤을 TV 앞에서 보냈다.
직장 생활을 경험한 적도 없는 ‘미생’ 속 배우들은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실제 존재할 것 같은 회사원의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 제작진은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스토리 라인으로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이같은 작업 속에 ‘미생’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체였다.
‘미생’은 남녀 로맨스 없이 오차장과 장그래의 브로맨스를 그리며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그 속에서 강소라(24)는 독보적인 매력을 과시했다. 외국인 바이어 앞에서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엉덩이 뽕을 착용, 세일즈에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울 줄 아는 눈에 띄는 신입사원이었다. 또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지닌 인재로도 눈길을 끌었다. 걸출한 능력 이면에 숨겨진 아버지와의 관계는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미생’을 통해 커리어 우먼, 여자의 인생, 외국어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성장가능성을 보인 강소라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생’에 대한 여운을 드러냈다. ‘미생’은 자신에게 어떤 작품이었냐는 질문을 받자마자 강소라는 넘치는 눈물에 힘겨워 했다. 세 번이나 눈물을 훔치고 또 훔치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강소라에게 ‘미생’은 소중한 작품이다. 앞서 일일드라마를 촬영할 당시 강소라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그 때 웹툰 ‘미생’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즈음 드라마 '미생'의 출연 제의를 받았고 그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출연 욕심을 냈다. 강소라는 이날 인터뷰에서 “마지막 촬영 날은 퇴직하는 기분이었다. 영이의 책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영이의 책상이 다 치워져 있어 속상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강소라가 느낀 ‘미생’에 대한 사랑은 시청자도 공감한 부분이다. 드라마 ‘미생’은 원작 못지않게 전국민을 들었다 놨다하며 눈물과 웃음을 안겼다.
많은 인물과 에피소드가 가득했던 ‘미생’에서 강소라가 연기한 안영이의 캐릭터는 살아있었다. 그는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교성은 좋지 못한 편이라 농담 한마디를 건네는 것마저도 어색한 인물로 묘사됐다. ‘나는 글로 유머를 배웠어요’라고 하는 듯 뻣뻣한 자세가 안영이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안영이를 연기한 강소라의 실제 성격은 극중 인물과 정반대다. 웃음도 많고 넉살 좋게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강소라는 ‘미생’ 속 안영이와 자신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40%라고 말했다. 닮은 점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고 다른 점이 있다면 사교성이다. 강소라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실제 강소라의 모습 그대로 그가 대기업에 입사한다면 ‘미생’ 속 어떤 인물과 가장 많이 닮았을까?
“강소라가 원 인터내셔널 자원팀에 입사한다면? 장그래(임시완) 반, 한석율(변요한) 반의 모습일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입사하면 관계가 서먹서먹하잖아요. 일에 대해서도 미숙할 거고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크게 나서지 않고 묵직하게 뒤에서 열심히 하는 장그래와 닮았고요. 또 저는 장난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사람들과 좀만 친해지면 한석률처럼 술자리를 주도할 것 같아요.”
덧붙여 강소라는 실제로 자신에게 츤데레처럼 구는 하대리에게는 안영이와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저라면 더 털털하게 다가갔을 거예요. 사실 하대리는 영이가 여자지만 남자인 것처럼 대한 거잖아요. 순수하게 우리 팀원으로 봐주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럴수록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야겠죠. 솔직히 저는 저한테 왜이렇게 막대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물어볼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점을 고쳐야하는지요. 그리고 상처를 받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여겨야죠(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강소라는 '미생'을 찍는 동안 안영이에 푹 빠져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했다. 또 직장인의 애환을 통해 강소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미생’을 통해 그가 얻은 것들이다.
“러브 라인이 없어서 많은 분들이 ‘미생’을 사랑해주실까 반신반의했죠. 그렇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출연은 잘 한 선택이었죠(웃음). 저도 촬영하면서 이렇게까지 즐겁게 연기한 적이 있나 싶어요. 지금까지 세 작품 연달아 부모님과 관계가 안 좋은, 그래서 내면에 상처가 있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그래서인지 다음 작품에서는 감정표현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좋은 활기찬 성격의 인물을 맡고 싶어요. (임)시완 오빠가 자신 실제 모습을 장그래에 많이 입히겠다고 한 것처럼 저도 제 모습이 많이 담긴 인물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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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사진=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