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확실히 변했다. 누가 봐도 이건 변신이 맞다. 매번 눈을 반달처럼 휘며 팬들을 향해 예쁘게 웃던 그가 아닌가. 그런데 기술자가 되더니 위아래도 없이 욕설을 내뱉고 담배를 피우며 불만을 토로한다. 손에는 의미 없는 타투가 가득하고 말투도 어째 건들건들한 게 영 시건방지다. 확실히 그간 보던, 대중이 알고 있던 모습은 아니다.
순수한 매력으로 누나들의 마음을 훔치던 배우 이현우(21)가 영화 ‘기술자들’을 선보였다. 24일 개봉한 영화는 인천세관에 숨겨진 검은돈 1500억 원을 제한시간 40분 안에 털기 위해 모인 기술자들 지혁(김우빈), 구인(고창석), 종배(이현우)의 역대급 비즈니스를 그린 작품. 극중 이현우는 서버 해킹 기술자 종배를 연기했다.
언론 시사회 다음 날 마주한 이현우는 우려(?)와 달리 종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다시 싱글싱글 웃으며 시종일관 애교 가득한 말투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제법 진중한 태도로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말이 마침표처럼 따라붙었다.
“아역배우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현우라고 하면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걸 좀 바꾸고 싶었던 거죠.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기 변신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사실 이런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요. 그런데 문득 그 모습을 잃지 말되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지금도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커요.”
이현우가 열연한 종배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는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 몇 번이면 그 어떤 보안 장벽도 무력화시키는 최연소 천재 해커다. 곱상한 소년 외모와 달리 툭툭 쏘아붙이는 말투와 거친 성격의 반전 매력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욕설은 물론, 담배도 입에 달고 산다.
“의외로 제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웃을 때도 그렇지만, 저에게도 종배의 시니컬한 모습들이 어느 정도 있지 않나 해요. 사실 욕 같은 경우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담배 같은 경우는 원래 안 태우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서 배웠죠. 근데 워낙 주위에 피우는 분들이 많아서 특별히 어렵진 않았고요. 근데 우빈이 형이 자꾸 담배 피우는 게 자연스럽다고 너 원래 흡연자 아니냐고 자꾸 놀리더라고요(웃음).”
김우빈에게 놀림당한 일화를 털어놓으며 울상을 짓는 그에게 그래서 이제는 담배를 끊었느냐고 농을 건넸다. 대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때 잠시 피우고 끝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평소에는 술, 담배와는 거리가 멀다는 건전한(?) 청년의 반박이 이어졌다.
“저 친구들 만나도 되게 건전하게 놀아요(웃음). 제 친구들도 하나같이 담배도 안 하고 술 마시는 것도 안 좋아하거든요. 만나도 그냥 같이 돌아다니고 쇼핑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게임방 가거나 그러죠. 물론 그러다가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클럽을 가게 될 때도 있긴 해요. 하지만 특별히 즐기는 편은 아니죠.”
이제 해가 바뀌면 이현우는 만 스물둘, 연기 경력은 11년 차에 접어든다. 새해 계획을 묻는 말에 조금은 여유롭게 연기를 즐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당장 쉬어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마도 너무 앞만 보고 돌진하기보다는 속을 꽉꽉 채우며 한발씩 나아가겠다는 마음일 거다. 현재 새로운 작품을 검토 중이라는 그는 우선 당분간 ‘기술자들’ 홍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6월,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연평해전’으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배우로서는 우선 2015년에 조금 더 많은 모습, 활발한 모습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커요. 어쩌다 보니 올해는 영화만 계속 찍어서 대중들에게 노출된 부분이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내년에는 소통을 많이 하고 싶은 바람이죠. 반대로 인간 이현우로서는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열심히 연기하되 또 너무 바쁘지는 않게 즐기고 싶습니다(웃음).”
“남자들만 가득한 촬영장,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죠” ‘기술자들’은 케이퍼무비 장르를 표방한 남자 영화다. 주요 출연진도 이현우를 비롯해 김우빈, 고창석, 임주환, 김영철 등이다. 물론 홍일점으로 조윤희가 나오긴 하지만, 이현우와 부딪히는 신은 손에 꼽힐 정도다. 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차기작 ‘연평해전’까지 줄곧 남자 영화 출연하는 그에게 ‘기술자들’의 촬영 현장 분위기를 물었다.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계속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하고 있네요(웃음). 근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 (김)우빈이 형이나 (고)창석 선배, 김영철 선생님까지 신경 많이 써주고 잘 챙겨주셨어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하고 편했죠.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스태프, 배우들 모두 촬영으로 힘들긴 했지만, 으쌰으쌰하는 단합도 꽤 잘됐죠. 촬영 세팅할 때면 배우들끼리도 커피 한 잔씩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막내라고 해서 특별히 제가 애교를 부리진 않았어요. 물론 형들 입장에서는 애교라고 받아드릴 수는 있겠지만요(웃음). 일부러 애교를 부린다거나 이런 스타일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듯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형들이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그게 가장 좋았어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