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관리종목 전락 가능성도 제기
[뉴스핌=강소영 기자]중국 화장품제조업체 상하이자화(上海家化, 600315.SH)가 공시위반 혐의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상하이자화가 14일 저녁 공시했다.
중국증감회는 상하이자화가 리리후장(黎里滬江)일용화학품공장과 제품조달, 자금상호융자 등 '관련거래' 사실을 적시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련거래란 상장사 및 그 임의의 계열사와 관계자가 달성한 거래로, 불공정 경쟁과 거래를 야기할 수 있기때문에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관련거래 사실을 공시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자화가 리리후장일용화학품공장과 행한 자금상호 융자 역시 위법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자금융자를 금융업으로 분류하고, 특수한 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의 상호 자금 대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증감회의 조사 결과 주식발행과 거래과정에서 거짓 정보, 회계 조작 등 사안이 심각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상하이자화의 주식은 거래가 잠정 중단되고, 상장폐지 위험 경고를 받게 된다.
상장폐지 위험 경고를 받으면 주식 명칭에는 특별관리 종목을 뜻하는 ST가 붙고 특별관리 종목으로 거래된다.이는 해당 주식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될 가능성이 있음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표시다. ST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일 등락폭이 5%이내로 제한된다.
공시위반 소식이 전해진 후 첫 거래일인 15일 상하이자화 주가는 폭락했다. 10시 30분(현지시각)기준 상하이자화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4%가 내려간 34.88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 경영진 법정다툼, 잠재 리스크 확대
중국 매체도 이번 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뷰티시장 성장과 화장품 수요 증가로 상하이자화가 유망 기업으로 꼽히고 있지만, 자금횡령 여부를 놓고 전직 임원과 노조간의 갈등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등 기업 내부는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기때문이다.
15일 중국 증권일보(證券日報)에 따르면, 상하이자화 노조는 11월 21일 거원야오(葛文耀) 전 이사장과 왕하오룽(王浩榮) 전 자산관리부 총책임자를 법원에 고소하고, 1700만 위안의 회사자산을 환급하라고 요구했다.
상하이자화노조는 두 임원이 재직 당시 회사의 대외투자 수익금 3077만 위안을 개인 통장에 보관했고,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지자 횡령 자금 1377만 위안을 퇴직관리위원회에 반환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거 전임 이사장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거원야호 '비자금'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이미 1년 간 지속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거 전 이사장은 이번달 11일~14일 자신의 SNS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계좌는 상하이자화에 있으며, 자신은 결백하다는 논지의 글을 수십차례 올렸다.
거원야호 전 이사장은 대주주인 평안신탁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고, 2013년 9월 이사장 직함을 내려놨다. 올해 6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오른팔 왕줘(王茁) 상하이자화 CEO의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거 전 이사장은 사실상 상하이자화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
◆ 내분중에도 실적은 우수...영업 전망은 여전히 밝아
경영진 교체·전직 임원의 자금 횡력혐의 등으로 내홍을 앓았지만, 회사는 우수한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상하이자화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7%가 늘어난 41.68억 위안에 달했다. 순이익도 16.9%가 늘어난 7억 2800만 위안을 기록했다.
12월 13일까지 총 10개 기관투자자는 올해 상하이자화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0.83%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관투자자가 전망한 상하이자화의 올해 순이익 평균치는 9억 6700만 위안이다.
상하이자화는 중국 화장품 업체 최초의 A주 상장사이자, 100년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기업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230억 위안(약 4조원)에 달한다. 화장품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품질인증 ISO9000을 통과했고, 화장품에 대한 국가표준 제정기업으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의 화장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류선(六神)·바이차오지(佰草集) 등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230억 위안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상하이자화는 글로벌 화장품 업체로부터 자국의 화장품 시장을 되찾아 올 본토 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의 90%를 외자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상하이자화는 외국 기업과의 기술제휴와 협력에도 적극나서며 기술력과 인지도 상승에 힘쓰고 있다. 1985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의 기술 협력을 시작으로 1987년에는 일본 가네보화장품과 제휴를 통해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1995년에는 가네보와 ′상하이자나바오(嘉娜寶 가네보)′라는 합자 회사를 설립했다.
1992년에는 미국 일용화학 업체 SC 존슨(SC Johnson)과 합자회사를 설립, 1993년에는 일본 라이온(Lion)사와 함께 일용화학제품을 출시, 2004년에는 프랑스 향수 업체 프랑수아 코티(Francois Coty) 산하의 아디다스 스킨케어 중국 생산권 및 대리경영권을 인수했으며, 같은해 루이뷔통 그룹(LVMH) 소유인 화장품 전문 유통 체인인 ′세포라(Sephora)′와 합자 회사를 세웠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