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김세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딱 2년 모자란 30년. 그러니까 무려 28년이나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브래드 피트(51)가 매캐한 화약 냄새 진동하는 전장 한복판으로 복귀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심장부를 노렸던 연합군 셔먼탱크부대 이야기다. 퓨리라 명명된 탱크를 지휘하는 워 대디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강렬한 카리스마 속에 감춰진 인간적 고뇌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배우로서 진가를 입증했다.
지난 12일 영화 ‘퓨리’ 홍보차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브래드 피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품은 잔인함을 영화에 담고자 했어요. 워 대디는 통솔력이 뛰어난 아버지 같은 존재지만 일면 나약함을 엿보이기도 하는 인간입니다. 그런 워 대디를 통해 군인이 느낄 압박감과 두려움을 묘사했죠. ‘퓨리’ 속 이야기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잔인합니다. 특히 동란을 겪은 한국 영화팬들로서는 느끼는 바가 남다를 거예요.”
1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퓨리'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워 대디는 퓨리의 탑승자들을 이끄는 아버지와도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노먼은 막내아들인 셈이죠.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평화주의자랄까요. 사람 죽이는 게 싫다며 울부짖는 노먼을 보면 전쟁의 아이러니가 확 와 닿아요. 그런 노먼이 나치를 향해 분노의 총구를 겨누는 과정에 주목하면 재밌을 겁니다.”
‘세븐’ ‘파이트 클럽’ ‘트로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대작에 배우로 참여한 브래드 피트. 그는 ‘머니볼’ ‘월드워Z’ ‘퓨리’ 등을 통해 연기뿐 아니라 연출과 제작 실력도 뽐낸 팔방미인이기도 하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는 ‘노예12’년으로 아카데미상(작품상)을 거머쥐며 주목 받았다.
“제작은 늘 염두에 뒀던 일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에 스스로를 가둘 생각은 없었거든요. 단, 이것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해야 빛이 나는 거라 생각해요. 참고로 플랜B는 세 명이 다인 작은 회사랍니다. 저희는 수없이 쏟아지는 큼직한 작품 대신 작고 심오하며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벌써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브래드 피트는 당연히 슬럼프도 많았다며 웃었다. 다만 그는 슬럼프가 자신에게 있어 결코 손해가 아닌 소중한 거름이자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어느덧 28년이라니 저도 놀랍네요.(웃음) 배우 일을 하면서 저라고 왜 슬럼프가 없었겠어요. 다만 슬럼프가 찾아올 때 걱정하고 짜증내기보다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어요. 배우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도 슬럼프는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인생이 매일 파란불일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오죠. 안 좋을 때일수록 더 도약할 날을 기약해야 합니다.”
13일 오후 영등포에서 열린 '퓨리' 레드카펫 행사에서 열심히 손을 흔드는 브래드 피트. 2시간30분간이나 이어진 그의 팬서비스에 한국 팬들은 '친절한 빵아저씨'를 연호했다. |
“봉준호 감독 영화에 관심이 있어요. 한국영화를 보면 정말 재능이 풍부하단 생각에 감탄사가 나오죠. 물론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어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는 한국은 시장 역시 탄탄하게 성장했어요. 한국과 영화를 함께 만든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웃음)”
브래드 피트, 시골뜨기 청년이 톱스타가 되기까지 배우에서 제작자, 그리고 연출자로 각광 받는 브래드 피트는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젊고 도전적이다.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 중 한 명인 브래드 피트. 하지만 28년 전 데뷔 때부터 그가 반짝반짝 빛난 건 아니었다. “전 시골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영화를 동경했어요. 그야말로 영화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었죠. 그 때 기억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연기할 때마다 반영하려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기왕 영화를 하려면 훌륭한 제작자, 감독과 함께 하려는 편이에요. 그 모든 과정이 절 성장시켰다고 굳게 믿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래야겠죠?(웃음)” |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