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유로6' 적용…서민용 중형 모델 인상률 더 높아
[뉴스핌=우동환 기자] 내년 1월부터 국내 상용 디젤차에 '유로6'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적용될 경우 트럭과 버스의 차량 가격이 대당 최소 1000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유로1~5과 비교해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기준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엔진 개선 및 고가 부품의 장착이 필수로 정착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차종에 관계없이 이뤄지는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중형 트럭 및 버스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을 수 밖에 없어 서민 고객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글로벌 상용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1년 앞선 올해 1월 중·대형 상용차 부문에 유로6를 적용한 유럽에서 주요 대형 트랙터의 대당 평균 가격은 유로6 도입을 전후로 1만 2900유로(약 1726만원)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6는 지난 1992년 유럽시장에서 유로1이 도입된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상용 디젤만 놓고 보면 유로5의 경우 유로4 대비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43% 가량 줄이면 됐지만, 유로6는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NOx) 5분의 1, 미세먼지(PM) 2분의 1 등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과거 스카니아의 경우 유로6 기준에 맞춘 대형 트럭의 가격이 대당 1만 2000유로(약 1605만원) 가량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니아는 1만 3000cc 유로6 엔진 개발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6 도입에 따른 상용차 가격 인상액 규모는 국내도 유럽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상용차 업체들은 엔진 업그레이드 등의 연구·개발(R&D)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 매연저감장치 등 차량 별로 추가 장착되는 주요 부품 값도 수백 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유로6 도입으로 국내 상용차 가격이 대당 1000만원 이상 인상될 경우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형 트럭 마이티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마이티는 지난해 국내에서 8085대가 팔렸고, 올해 1~8월 7481대가 판매된 대표적인 국산 중형트럭이다. 2.5t 및 3.5t 마이티와 함께 생계용 소형 트럭의 대명사로 불리는 1t 트럭(포터 II 등)은 유로6 적용 시점이 오는 2016년 9월로 잡혀 있다.
버스 역시 가격 인상률은 대형버스 보다 현대차 카운티 같은 중형버스가 더 높을 전망이다. 인상 금액은 대형버스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저효과 때문에 인상률에선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 차량의 국내 유로6 적용 시점은 승용과 상용, 그리고 승차 인원 및 적재중량 등에 따라 차종 별로 다르다. 유로6가 적용되더라도 이전에 생산된 차량에 한해 차종에 따라 90일~180일 가량의 판매 유예 기간도 부여된다.
하지만 당장 내년 1월부터 유로6가 적용되는 중대형 디젤 상용차 시장은 큰 폭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지난 2007년 10월 중형 상용차에, 2008년 1월 대형 상용차에 유로4가 적용되자 2008년 중·대형 상용차(특장차 제외)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24.48% 감소한 바 있다.
상용차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요가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고강도 환경규제로 차 값이 인상되면서 수요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같은 기간 중형, 준 대형, 대형 승용차의 판매 감소율은 9.78%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트럭과 버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한 사업용 차량인 상황에서 일부 고객들은 벌써부터 내년 차량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제조사도 판매가격 인상이 고객의 신차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