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
사실 '신발장'을 준비해 온 지난 2년 뿐만은 아니었다. 타블로를 주축으로 한 에픽하이는 2010년 즈음부터 숱한 고초를 겪었다. 투컷과 타블로는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됐다. 2012년 발표한 'DON'T HATE ME'는 평단의 호평과 주목을 받았지만 소위 '대박'을 치지는 못했다.
정글같은 가요계에서 노림수 없는 음악으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이들은 그간의 위기들을 살짝 곱씹었다. 2003년 데뷔 이후 활동 초반부터 '음악'으로 인정받고 인지도를 쌓아온 이들이라 그 의미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 출발부터 뚜렷했던 에픽하이의 음악적 색깔
지난 2003년 21세기 한국 힙합신 최고의 기대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I REMEMBER'로 데뷔했다. 이후 '평화의 날'부터 젊은 층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솔직하고 감각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이들은 타블로가 예능에서 '엄친아' 이미지로 히트를 치면서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FLY' 'FAN' 'ONE'으로 전성기를 맞은 에픽하이는 직접 음악을 만드는 것은 물론, 다양한 보컬들과 피처링 합이 좋은 뮤지션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러브홀릭 출신의 지선이나 여성 솔로 윤하는 여린 듯 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내는 보이스로 에픽하이의 음악에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 속 사랑받았다.
'Map The Soul' '트로트' 'RUN' 등의 활동곡을 거쳐오면서, 멤버들의 주특기는 더욱 살아났지만, 그룹 활동 외적으로 어려움이 닥쳤다. 타블로를 오랫동안 괴롭게 했던 일들은 2012년 정규 7집을 발매하면서 어느 정도 마무된 듯 했다. 최고조에 이르렀던 에픽하이의 대중적 인기가 조금은 사그라든 것이 느껴진 것도 잠시, 이들은 8집 '신발장'으로 '제대로' 정상에 다시 올라섰다.
◆ 누구도 알지 못했던, 미쓰라와 에픽하이의 고민
사실 에픽하이는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미쓰라가 팀을 나가 음악을 그만 하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10년 동안 음악을 하며 한 길만 걸어온 미쓰라가 그렇게 말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있었을 거라 쉬이 짐작됐다.
멤버들이 인정한 대로 지난 앨범에서 생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미쓰라의 슬럼프는 심해졌다. 미쓰라는 "복합적 문제가 있었지만, 이 일을 10년 가량 해오다보니 개인적으로 이걸 벗어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고, 스스로 실감하는 현실도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옆에서 다들 다독여주고 이끌어줘서 이 축제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치지 않는 타블로와 투컷의 설득이 있었다. 결국 '신발장'이 음원 차트를 점령한 이 순간 셋이 함께인 것이 유난히 의미가 있는 이유다. 그제야 미쓰라도 "다행이다"라고 안도했고, 안했으면 후회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타블로는 "천만 다행이다. 미쓰라나 멤버 하나가 없을 때 이런 상황이었다면 좀 슬펐을 거다. 예전에 제가 슬럼프였을 때도 멤버들이 많이 다독여줬다"고 말했다.
◆ YG 소속이지만 YG 답지 않은, 에픽하이의 정체성
힘든 시절을 견뎌내고 YG로 소속을 옮긴 뒤, 처음 발매했던 앨범이 약간은 기대 이하여서였을까. 에픽하이가 이번 정규 8집을 YG 사옥 내 녹음실이 아닌 과거 녹음실에서 작업했다는 일화는 양현석 사장이 먼저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타블로는 "처음에는 황당하고 서운했다"면서 회사의 제작비가 오히려 더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로 꼬여버린 동선을 언급했다. 왜 굳이 돈을 더 쓰면서 당연히 쓸 수 있는 공간을 못 쓰게 했을까? 이들은 "심지어 회사 녹음실에 가까이 있으려고 투컷도 그렇고 어렵게 이사를 온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어이도 없고 뭐지? 싶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두의 마음 속에 느낀 점은 있었다. 회사도 에픽하이가 뭘 하려고 하는 지를 알고, 그걸 서포트 하는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는 멤버들은 "결과적으로 오히려 좋았고 앨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 결국 양 사장의 극약 처방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YG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도 변하지 않는 이들의 정체성이 있기에 정상 재탈환이 가능했다. 절치부심한 정규 8집 '신발장'은 대중과 팬들에게 '에픽하이 최고의 앨범'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듣게 됐다. 바로 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이들에게 '에픽하이답지 않은' 무언가를 걱정할 일은 없게 됐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