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서명한 노사합의서에, 역할론 확대 부담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가 오는 10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외환은행 노조와 타협하기를 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4일 “금융위원장이 노사합의서의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했다고 해도 노사합의서를 변경하는 것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해야 하고, 당국이 나설 수는 없다”면서 “양측이 (통합신청서 제출)전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제윤 위원장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10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고집하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어, 그가 외환은행 노조와 타협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로 시달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 당국, 국감 앞두고 하나금융 노사 갈등 부담
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노사합의를 강조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위원장까지 공개 발언한 이유는 2.17노사합의서에 금융위원장(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들어가 있어서다. 과거 외환은행 인수 시 노사는 5년 독립 경영보장 등 통합과 관련해 ‘사전 논의’ 조건을 담은 2.17노사합의를 했다. 이 자리엔 노사는 물론 위원장이 보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서명했기 때문에 정부, 사측, 노조 등 삼자가 합의한 노사정(勞使政)합의서다”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2.17합의서의 책임자기 때문에 하나금융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조기통합을 해야 하므로 2.17합의서의 독립경영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노사 당사자의 합의는 유효하며,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 여부와 관계없이 그 취지에 따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공식 입장까지 내놨다.
◆ 당국 “정부는 노사합의서 주체 아냐”, 조기통합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노사합의서에 이름을 올린 금융당국도 손을 놓을 수만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엄연히 민간기업의 노사 합의서에 정부의 책임 인정할 수도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서명했다고 해서 노사정합의서가 될 수 없고 노사합의서일 뿐”이라면서 “하나금융이 2.17노사합의서를 변경해 조기통합 신청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의중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대치국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 총회에 참여한 직원 900여명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전권을 갖고 해당 직원들을 만나 소명을 듣고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주의, 경고, 감봉 등 징계수위가 결정된다.
하나금융지주 내부에서는 타협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의 워낙 강경한 분위기여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먼저 합의를 깼기 때문에 타협안을 꺼낸다고 해서 진정성을 믿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사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양측이 어떻게 막판 합의에 이를 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