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 감자소식에 패닉...채권단 "책임묻겠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동부제철이 김준기 회장의 손을 떠나 채권단 소유로 넘어감에 따라 김 회장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사세를 늘렸다가 여의치 않자 돈 되는 기업들만 자기 소유로 남겼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제철 채권단은 총 6000억원 가량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53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을 병행할 계획이다.
대신,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기존 주식에 대해서는 100 대 1의 무상감자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반주주의 보유지분에 대해서는 4대 1의 감자를 단행한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
채권단 안을 두고 동부제철 측은 차등감자 비율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채권단과 동부제철 쪽 사이에 이미 어느 정도의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비금융계열사인 동부건설 역시 최근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좌초된 만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결국 '금융계열사만 지키고 비금융계열사는 포기하겠다'는 김 회장의 속내가 이번 채권단 안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비금융계열사 일반주주들의 불만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사재출연 등을 통해 김 회장이 어떻게든 동부제철의 회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4대 1의 감자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이 중 800억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사용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동부패키지 매각 등을 이유로 사재출연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매각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동부제철 대신 자신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500억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지난 7월 자율협약 개시를 앞두고 채권단이 다시 김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거절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그 시점부터 김 회장 일가가 동부제철 회생에 뜻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주주 사재출연이 불가능하니까 감자를 해서 경영권을 잃게 하는 정상화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채권단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주주가 쓰러져가는 회사를 위해 사재를 쏟아 부어야 할 법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했다가, 여의치 않자 알짜 기업만 챙겨 나가는 경영방식은 계속해서 뒷말을 낳을 우려가 있다.
김준기 회장과 달리 올 2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일가의 경우 채권단이 웅진씽크빅을 팔아 빚갚기에 나서려 하자 600억원 규모의 사채를 출연했다. 이 때 대가로 받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결국 웅진씽크빅을 돌려 받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동부제철의 경영 실태를 살펴 기존에 회사 측이 발표했던 것과 달리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확인된다면 여러 경로를 통해 김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