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기대로 11% 대 급등 후 감자 소식에 '털썩'
[뉴스핌=김양섭 서정은 기자]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동부제철 채권단이 차등감자를 결정하면서 동부제철 주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채권단 결정을 통해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 및 구조조정 방향성을 엿봤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9일 산은을 중심으로 한 동부제철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비롯해 대주주에 대해 100대 1의 감자를 단행하는 내용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채권단은 일반주주 보유지분에 대한 감자는 4대 1로 진행하는 '차등감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장 마감 이후에 보도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부제철 주가는 채권단 지원과 경영정상화 기대감에 전일대비 11.50% 오른 22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번 차등감자 소식을 두고 업계의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시장에서 당장 악재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회계상 손실 감소로 증시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동부제철이 대주주의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채무를 오는 2018년 12월31일까지 원금상환을 유예했고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의 금리도 각각 연 3.0%와 연 1.0%로 낮췄기 때문에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매니저는 "시장은 일단 악재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시간외에서 주가가 폭락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동부제철은 6시 현재 종가 대비 9.87%, 220원 하락한 2010원에 거래됐다. 가격제한폭 수준까지 하락한 것. 하한가 잔량은 12만주다.
아직까지 전망을 내놓긴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채권단이 차등 감자를 결정하면서 김준기 회장과 장남 남호씨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고, 김회장의 지배권 상실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한 것에는 공감한다"면서, "동부그룹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진행되는 것인 만큼 경영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부그룹 쪽에서는 이번에 자산평가를 감정가나 장부가로 하지 않고 공시지가를 적용한 점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나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등감자 결정을 끌어내면서 경영권을 손쉽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차등감자 비율이 가혹하다는 점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반 주주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쟁점화하는 분위기.
이번 차등감자가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은 23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상정되어 채권은행 등 전체 합의를 얻어야 통과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아직 관문이 남아 있다. 정상화 방안이 100% 합의를 얻으면 채권단은 동부제철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하게 되고, 이 때 김준기 회장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