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가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잇따라 벌이며 자구책을 찾는 가운데 카카오톡을 비롯한 플랫폼 비용이 이처럼 게임사의 '외도'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게임 이외의 사업에 진출하며 매출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NHN엔터는 지난 4월 보안업체 피앤피시큐어를 인수했고, 티켓링크, 인크루트 등 게임 이외의 사업군을 연이어 확장했다. 최근에는 한국사이버결제의 주식 510만주를 642억원에 인수하며 결제 시장까지 손을 뻗은 상황이다.
넥슨 역시 지난해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 스토케를 5000억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하며 게임 업계와 전혀 다른 길로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레고 거래 사이트인 브릭링크까지 손에 넣으며 유아 관련 사업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김정주 대표가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기업인 릿모터스에 투자하며 게임 이외의 관심 사업군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게임 이외의 사업군을 늘려가는 이유는 국내 게임산업의 규제와도 연관이 크지만 게임 시장의 수익구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국내 IT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카카오는 국내 게임 시장의 가교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20% 수수료, 서버 운영 대행까지 진행하며 게임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빨아들이고 있다.
게임 개발업체는 콘텐츠 판매를 위해 매출의 30%를 구글에 떼어주고 나면 사실상 남는 비용은 50%에 불과하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원가를 산정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인해 모바일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C와 콘솔 게임업체들이 쉽게 모바일 쪽으로 투자를 확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적은 마진 탓에 PC 게임 업계 중 모바일 체제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얻은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구글과 카카오톡의 이중 부담으로 인해 해외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업체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주역이라 불리던 이들이 국내 IT 산업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카카오톡으로 인해 제발로 국내 시장에서 떠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카카오의 독재를 막기 위해 개선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실효성에 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카오의 대항마로 떠오른 밴드는 낮은 수수료를 내걸고 새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워낙 높은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 탓에 아직까지 힘을 쓰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하며 게임 유통 수수료와 개발사 및 퍼블리셔간 수익분배 구조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과도한 수수료로 인한 게임업계의 위축을 방지하고자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개발사들에게는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카카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국내 대형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전횡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카카오톡이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라며 "모바일 게임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IT에 취약한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카카오톡의 힘 때문에 게임사들의 카카오 의존도는 앞으로도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도 질적성장을 동반해야 하는데 카카오톡 등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개발자의 처우 개선이나 게임 품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