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공업경기 악화로 환율 하락 압력 약화 분석
[뉴스핌=윤지혜 기자] 국내 조선·중공업종의 경기 악화 지속으로 지난 2분기 수출입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외환시장에도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선·중공업종 계약 및 수주 감소로 수출업체 네고물량 출회가 줄어들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출업체 네고물량은 조선 및 중공업체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일어나는 달러 매도 물량으로, 원화 강세의 요인이 된다.
하지만 지난 7월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2/4분기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기업의 선물환 달러 매도 규모는 16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1분기 227억달러보다 67억달러 감소한 수준이며 전년 같은기간(324억달러)과 비교했을때도 164억달러나 차이가 난다.
2014년 2/4분기 외환시장 동향. <자료=한국은행> |
한국은행은 국내 기업의 선물환 거래에서 선물환 매도가 큰 폭 감소한 것에 대해 조선·중공업체의 수주가 줄어든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수출업체는 해외기업과 계약 및 수주를 할 때 향후 현물시장에서 수출대금을 받기 전에 선물환 시장을 통해 헤지를 한다. 때문에 선물환 매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현물시장에서도 처리할 네고물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시장참여자들은 조선·중공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외환시장의 하락 압력도 일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선물에 대한 매도계약이 줄어들면 서울외환시장의 하락 압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달러매도하는 업종이 자동차, 제조업 등 다양하기 때문에 당장 2분기에 환율 낙폭이 축소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도 해당 업종 개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수주 물량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결국에는 외환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중은행의 한 이종스왑 딜러도 "서울외환시장의 방향을 정하는 큰 축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외인 자금 유출입이고 또다른 하나가 수출입 거래"라며 "그런데 만약 이 두가지 중 어느 한쪽이 흔들린다면 환시에 생각보다 공급 압력이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조선·중공업종의 경기악화로 인한 환시의 판도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며 "수출업체 네고물량 출회에 의한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중공업 경기 부진보다는 국내 펀더멘털 및 외인자금 유입 등이 외환시장에 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철호 한은 국제국 외환시장팀 차장은 "조선·중공업 영향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수출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자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어 전체적인 자금의 유출입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