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 11조원 넘어
[뉴스핌=이영기 김양섭 기자]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수의 박스권 돌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추세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게속 유입된 것은 증시와 경제 기반이 탄탄한 데다 대대적인 부양정책 의지가 확인된 것 때문이지, '푼돈 먹자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 것이란 판단에서다.
증시의 지배력이 큰 외국인 자금의 흐름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업실적(3Q), 정부 경기부양책의 실효성, 환율 등의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 외국인 7월에만 '4조원' 순매수.. 미국계 '유턴'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7조7000억원이다. 올해 초 매도 추세였던 외국인은 3월말부터 공격적인 매수 추세로 돌아섰다. 4월 이후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1조 2000억원으로 집계된다.
5월초에 매도세로 잠시 돌아서긴 했지만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매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7월 한 달에만 4조원어치를 사들였고, 이달 들어서도 1조2000억원(20일 기준)을 순매수 했다.
외국인 매수 주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미국 및 유럽계 자금의 매수가 주춤하던 5월~6월에는 중국, 일본계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 4월(신규 회계기준) 이후 일본계 자금은 월별로 일정한 규모로 한국시장을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해정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연금펀드의 자산배분 조정계획에 따른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7월에는 미국계 자금의 유입규모가 컸다. 미국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신흥시장으로 이동한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에서 지난 7월 한 달 간 미국계 자금은 1조3천700억원을 순매수해 작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며 "영국계 자금과 조세회피지역의 자금들도 연중 순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7월 들어 순매수로 반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자금의 유출입 현황과 코스피지수 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중동과 아시아계 자금은 0.19% 수준으로 미미한 반면 영국계 자금은 0.53%로 높다"며 "영국계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구간에서 탄력적인 지수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하이일드 채권펀드에서 글로벌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데 반해 주식시장으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매력이 있는 자산인 신흥국, 아시아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4조원 가량을 사들인 지난달부터 은행과 자동차/부품 등이 주요 매수 종목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이 관심이 많았던 반도체는 다소 비중이 낮아졌다. 다만 과거보단 업종별 차이는 축소되는 추세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의 바스켓을 구성, 운용하고 최근 액티브(Active) 보다는 패시브(Passive)의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업종별 비중의 변화도 한 개 분기에 +/- 0.5%p로 리밸런싱 폭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 옐런 통화정책 기조변화 여부가 '관건'
국내 증시 지배력이 갈수로 커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매매 패턴 변화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이영곤 팀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을 주목해야할 시점"이라면서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유동성 공급기조가 훼손될 기미가 보인다면 자금 유입속도는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옐런의장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긴축을 공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송동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 강세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상대적으로 큰 매력이 없는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그 이전까지는 이 같은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경고에 신흥시장이 크게 동요했을 때 한국 증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 신흥시장의 동요 역시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부담도 크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전날 공개된 미국의 7월 FOMC회의록 내용도 미 연준위원들의 태도가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의 김종수 연구원은 "당초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CB의 경우 디플레이션 리스크 탈출을 위해,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 효과 약화에 따른 추가 부양책을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의 경우 논란이 크 지만 정책금리 인상 시점 등 긴축기조로의 선회를 고민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압력이 큰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로/일본 경제의 성장 모멘텀과 정책 기대감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달러강세와 유로 및 엔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런 추세에 변화 소지가 있어 주식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용'에 대한 엘런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의 평가가 이번 잭슨홀 컨퍼런스의 관전포인트지만, 자본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만한 입장은 나오지 않을 전망도 상당하다. 정책적인 색깔보다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임금인상없는 고용증가'을 해석하는 데 그친다는 기대감이다.
◆ 유럽·중국 경기, 여전히 '변수'
유럽과 중국경기 등 대외 경제 변수도 주요 이슈다.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중앙은행)는 러시아쇼크로 독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로존 전체가 먹구름에 가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실물 경기 해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계속되는 국제뉴스로 올 하반기 독일 경제전망은 어두워 진 것으로 평가하고 올해 성장전망치(1.9%)마저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기 부진이 일시적이라는 낙관에서 비관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외변수는 코스피에게 박스권을 벗어나게 하는 모멘텀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의 류승선 리서치센터장은 "대외변수로 눈을 돌려도 유럽과 중국의 경기가 둔회되는 등 악재가 많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상승하는 디딤돌이 될 만한 호재가 없고 대외변수마저도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기업실적(3Q)과 정부 경기부양책의 실효성, 환율 등도 관심 요소다.
실적부진우려와 정부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회의, 원화 강세 등이 지수의 상승을 제한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전날 국내기관들은 약 1조3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들이 보는 증시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얘기. IBK투자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조만간 증시가 꺾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