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고지를 향해…" 영화 '명량'의 주인공 최민식. 19일 1500만을 돌파한 '명량'은 추석연휴 등 호재에 힘입어 2000만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뉴스핌=김세혁 기자] 영화 ‘명량’이 연일 한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이미 ‘아바타’를 꺾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명량’은 개봉 4주차에도 거침없는 티켓파워를 과시하며 19일 1500만 고지에 안착했다.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우며 질주 중인 ‘명량’. 이제 영화팬들의 시선은 ‘명량’이 전인미답의 2000만 고지를 밟을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재해석한 김한민 감독의 역작 ‘명량’은 개봉 21일째인 19일 오후 1시30분(배급사 기준) 누적관객 1500만(1500만198명)을 돌파했다. 이날 ‘명량’이 작성한 누적관객수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5년간 지켜온 ‘아바타’에 비해 137만5870명이나 많다.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이미 지난 16일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명량’은 개봉 4주차, 그것도 평일에 1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개봉 첫 주부터 전 연령층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명량’은 비록 흥행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지만 예매율(4주 연속 1위)과 재관람율이 여전히 높고 추석 연휴가 곧 다가오는 만큼 2000만 관객도 노려볼 만하다. ‘명량’이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과 2000만 돌파 가능성을 살펴봤다.
■2000만 바라보는 ‘명량’의 힘 – 대중적인 사랑
‘명량’ 흥행의 일등공신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이순신 그 자체다. 그동안 이순신을 소재로 한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나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임진왜란’(MBC) ‘불멸의 이순신’(KBS) 등이 이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당초 ‘명량’은 1주일 전후로 개봉한 ‘군도’ ‘해적’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른 작품들이 역사적 배경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인 데 비해, ‘명량’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대로 다룬 논픽션으로 정면승부했다는 점도 흥행에 영향을 줬다.
61분간 펼쳐지는 '명량'의 호쾌한 전투신 중 일부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명량해전’에 집중했다. 이 선택은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 기존의 이순신 관련 콘텐츠들이 성웅의 일대기를 통시적으로 다룬 데 비해 영화 ‘명량’은 오로지 명량해전과 그 사흘 앞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다. 23전 23승의 장수 이순신에게 명량해전은 수세에 몰린 단 한 번의 전투로 기록될 만큼 치열했다. 61분간 펼쳐지는 장절한 해상전투는 인간의 두려움과 장수의 책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역사적 공간이었기에 객석의 몰입도가 그만큼 높았다.
■2000만 바라보는 ‘명량’의 힘 –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우다
앞서 분석한 것처럼 ‘명량’은 이순신의 영웅적 면모와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가장 극적으로 표출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순신을 많이 아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영화 ‘명량’을 통해 이순신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 ‘명량’을 통해 소설과 드라마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대학생 박지선(21)씨는 “‘명량’은 단순한 전쟁사극과 달랐다. 작품을 보는 내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위대한 인물이 있었구나’란 떨림과 자부심을 안겨줬다”며 “이런 감정이 객석에 전반적으로 퍼지며 ‘명량’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예매를 기준으로 산출한 '명량'의 관객 분포. 10대 이하와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가 비슷한 비중을 보여준다. [CJ CGV 제공] |
■2000만 바라보는 ‘명량’의 힘 – 전 연령대 포용...가족관객을 사로잡다
‘명량’은 거의 모든 연령대의 관객을 포용한 전례가 드문 작품이다. 특히 가족관객은 ‘명량’ 흥행의 주역 중 하나다. ‘명량’은 ‘에듀테인먼트’ 즉 교육과 오락이 어우러진 콘텐츠라는 점이 부각되며 어린이와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동원할 수 있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교육적 콘텐츠’라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자녀를 데리고 극장을 찾는 부모 관객들이 많았다.
20~30대 젊은 관객은 과거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61분간의 해상전투 신에 열광했다. 그간 이순신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있었지만 전쟁 신을 영상으로, 그것도 61분간이나 구현해낸 작품은 ‘명량’이 처음이다. 이순신 전기와 난중일기를 교과서를 통해 딱딱하게 접했던 40대는 고군분투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큰 공감을 느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보통 가족관객 영화는 ‘자녀가 원해서 부모가 함께 관람하는 영화’ 혹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길 원해서 관람하는 영화’로 구분한다”며 “‘명량’은 후자의 전형적인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에 집중한 영화 '명량'. 배우 최민식은 이순신의 고뇌와 고독에 집중,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대중의 폭넓은 사랑이 ‘명량’에 쏟아진 또 다른 이유는 배우 최민식에게서 찾을 수 있다. 명량해전이 아무리 극적인 상황이더라도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다면 ‘이순신의 재발견’은 없었다. 최민식은 완벽에 가깝게 이순신에 빙의했다는 호평을 얻어내며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다.
사실 ‘명량’ 제작단계에서 최민식의 캐스팅을 놓고 우려가 없지 않았다. 최민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지만 과연 이순신과 어울릴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걸 극복한 건 최민식 본인이다. 언론시사 직후 인터뷰에서 “부담이 엄청났다”고 털어놓은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장수가 아닌 아들, 사람으로서 이순신에 다가간 최민식의 연기는 대중이 그간 마주하지 못했던 성웅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은 “김한민 감독과 최민식은 물론 류승룡, 조진웅, 진구, 이정현, 김명곤, 권율, 박보검, 노민우 등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자기 역할을 해내며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린 점도 ‘명량’의 압도적 흥행에 한 몫 단단히 했다”고 설명했다.
■2000만 바라보는 ‘명량’의 힘 – 추석연휴
개인차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올해 추석연휴는 9월6일부터 10일까지 닷새간이다. 이 시기에 ‘명량’은 개봉 6주차를 맞는다. 지금까지 관객동원수 증가추이를 보면, ‘명량’은 1100만 돌파 이후 1500만까지 이틀마다 100만 관객을 더해왔다. 개봉 4주차를 넘어 5주차, 6주차까지 갈수록 이런 흥행속도는 더뎌지겠지만, 6주차에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특수를 누리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전례도 ‘명량’의 2000만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