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안팎의 강력한 저항 돌파해야
[뉴스핌=한기진 기자] 김정태(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최후의 도전을 시작했다.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을 예정보다 앞당겨 통합하기로 했다.
“통합은 대박이다”는 명분론을 꺼내며 강력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외환은행 노조와 지난 2012년, 자회사 편입 5년 동안은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했던 김 회장 입장에서는 노조의 반발 등 강력한 저항을 넘어야 한다.
일단, 통합 화두를 던졌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 시간이 늦춰지면 내부 갈등이 지속해 고객 이탈 등 안팎의 문제점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 하나금융 이사회, 통합 논의하면 통추위 가동될 듯
오는 18일 열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 김 회장은 통합 논의를 제안할 예정이다. 앞서 열리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도 같은 내용이 논의된다. 두 은행 임원들은 지난 12일 ‘원 뱅크(One bank)’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사회가 통합을 결정하면 ‘통합추진위원회’가 가동된다. 통추위는 통합 은행명, 존속법인, 고객 이탈 방지, 조직 및 직급 조정 등 전권을 갖고 결정한다.
가장 큰 관심은 통합 은행명이다.
모(母)그룹이 하나금융지주이기 때문에 통합은행 이름도 하나은행으로 할 가능성이 높지만, 외환은행 브랜드의 높은 가치를 하나금융 경영진 사이에서도 놓치기 싫어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외환은행의 브랜드를 포기한다는 것은 기업가치 손실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의 통합 명은 외환은행의 영문 법인명인 ‘KEB’를 살려 ‘PT Bank KEB Hana Indonesia’로 결정했다. 중국법인 통합 사명도 같은 방식을 추진했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모그룹 명을 자회사에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하나은행 중국법인’으로 가닥이 잡혔다.
은행 관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은행의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해 외부 조사기관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통합은행명→존속법인→통합은행장 순서로 결정
두 은행 중 누가 존속법인으로 남을지도 관심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존속법인은 외환은행으로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선례가 있는데 신한은행의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이다. 2006년 두 은행이 통합하면서 조흥은행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고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신한은행 전 임원은 “조흥은행이 존속법인이 되면 세금부담이 더 컸지만, 직원 간 화합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통합과정에서 직급 조정이 가장 큰 관심이다.
하나은행 직원의 평균연령이 외환은행보다 5년 정도 적고 직급체계별 급여도 다르다. 외환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이 9000만원대로 알려졌지만,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급여체제로 변동성이 큰 편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성과급 비중이 작다.
이 같은 문제는 통합이 진행 중인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에서 나타나고 있다. 양사 직원의 평균 임금은 약 2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데, 이 원인은 근속연수 차이가 커서다. 하나SK카드는 출범한 지 3년밖에 안 돼 근속연수가 짧지만, 외환카드는 17년에 달한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1대1 합병을 경험한 우리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은행권 특성을 고려해 양 은행 직원을 서로 교차 배치한다고 해도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초대 통합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통합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선임권한을 통추위가 아닌 하나금융지주 측에서 가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은행장은 통합 초기 혼란을 진정시키고 중복고객 이탈 방지 등 영업력 유지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출신 성분도 외환은행이냐 하나은행이냐에 따라 통합은행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