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연금 구축하고, 여유자금 운용은 금융사와 상담해야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달 중순 A증권사는 서울 소재 영업점에 “한국씨티은행 명예퇴직자를 공략하라”고 주문했다. 영업지침서를 보면 명퇴금이 최고 10억원에 달하고 인원이 700명이 넘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씨티은행 주변에서 눈에 띄는 영업으로 자극하지 말 것.”, “지인을 통한 간접적인 영업 권유”와 같은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마치 토지보상금을 붙잡기 위한 영업활동 같았는데, 금융사의 주요 영업 목표가 될 정도로 명예퇴직은 시장으로서도 커졌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금융사들이 권하는 명예퇴직자를 위한 자산설계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자영업은 꼭 말리고…”, “돈은 안정적으로 반드시 지켜라”는 식이다. 우선 돈을 관리하는 방법부터 소개한다.
◆ 명퇴자는 자산 지키는 게 1순위 은퇴 전략
명퇴자의 자산관리는 완벽한 노후준비가 시작이다.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자산을 60대 이후의 노후용으로 구축한 뒤, 제2의 경제활동용 등으로 쪼갤 것을 추천한다. 김한성 하나은행 리테일 팀장은 “나이 50이면 인생에서 경제적 측면은 거의 결정된 것으로, 무리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제조건하에 하나은행이 제조회사 부장 A씨(53)의 명예퇴직 이후의 계획을 만들어줬다. 그의 현재 자산은 5억원 규모 아파트 한 채와 예금 3000만원이 전부다. 이 재원만 이용해 노후계획을 만들고, 명예퇴직금은 창업이나 금융회사의 자산관리서비스에 맡길 것을 조언했다.
다음은 A씨의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63세(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88세까지 살며 노후에 384만원(현재가치 300만원)을 월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가정한 은퇴설계이다.
1순위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연금 4인방을 완벽하게 구축해 각각 100만원, 25만원, 25만원, 68만원 등 총 218만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A씨는 월평균 375만원을 벌며 월 국민연금 보험료로 33만원을 낸 25년 가입자로 월 연금급여가 75만원이다. 월 연금급여를 100만원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명퇴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59세까지 월 22만원을 내면 된다.
A씨는 이미 63세부터 월 25만원씩 받는 보험사에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관건은 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은행에서는 63세 이후부터 월 퇴직연금급여가 25만원이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은퇴하면 일부는 일시금으로 받아 대출상환이나 자녀 학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63세부터 연금으로 받는 조건의 은행 개인퇴직계좌(IRA)에 예치하도록 권했다.
다음은 아파트를 3억원대로 줄여 주택연금과 추가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가격을장담할 수는 없지만, 10여년 뒤 아파트 가격이 3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종신 정액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현재 기준 1억원당 약 22만원을 받을 수 있어 매달 총 68만원을 받는다.
은행 측은 은퇴자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은 부동산보다는 순금융자산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렇게 63세부터 국민, 개인, 퇴직, 주택연금을 받으면 월 생활비로 약 218만원이 마련된다.
이렇게 해도 매월 166만원(384만원-218만원)의 생활비가 부족하다. 이 돈은 63세부터 88세까지 사용한다고 할 때 3억64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파트를 팔아 쥔 현금 2억원과 예금 3000만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마련해야 한다.
수익률은 매년 4.69%면 충분히 달성되는데, 현재 투자성향별 기대수익률로 볼 때 안정추구형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대단히 보수적인 운용전략이다. 수익률 6%대면 표준투자형, 8%대 이상이면 수익추구형으로 분류된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완벽한 노후준비를 마쳤다.
한숨 덜게 된 A씨는 이제, 재취업이나 창업 등 제2의 인생계획을 시작할 수 있고 명예퇴직위로금이나 일시로 받은 퇴직금을 활용하면 된다.
◆ “삼성전자 주식, 부동산에 묻고 보자는 투자, 지금은 안돼”
여윳돈이 마련됐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단순한 자산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주식이나 부동산에 묻어놓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식의 전략이 통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투자한 상품을 ‘6개월’마다 모니터링해서 수익률과 위험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영덕 SC은행 투자자문부 부장은 “지금은 변동성을 줄이는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지속적인 현금흐름은 월 수익형 투자상품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투자상품에 배분하고, 이후에도 주기적인 수익률 변화 등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은행들, 중산층 VIP 서비스를 ‘집사’처럼 이용해야”
최근에는 금융회사들이 A씨처럼 여윳돈이 있는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PB(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고려해볼 만 하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흔히 알려졌는데, 최근에 은행들이 서비스 문턱을 대폭 낮춰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다.
A씨와 같은 재산수준은 물론 그보다 적은 재산을 가져도 은행의 PB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은행은 물로 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도 PB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중산층에게도 제공한다.
물론 서비스 창구는 PB와 다르지만, 주요 번화가에 있는 영업점에 VIP코너에 가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명퇴자 가운데 1억원 전후 예치 고객이라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영업점 로열코너에서 받을 수 있고, 이들은 PB고객과 달리 세금이나 부동산 투자 서비스를 원하지 않아 보다 지속적인 금융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