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최근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덥쳤던 KT(AAA/안정적,부정적)와 포스코건설(AA-/안정적)의 명암이 갈렸다. KT는 일각의 우려를 뒤로하고 흥행에 성공한 반면 포스코건설은 수요예측 실패로 체면을 구겼다.
KT가 만기를 다양화하며 장기물에 대한 우호적 수급 상황을 잘 이용했던 반면 포스코건설은 모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이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과욕을 보였다가 아쉬움을 삼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가 전일 실시한 3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는 총 7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발행사 쪽에서 제시한 희망금리 밴드는 3·5·10년물의 경우 민평 대비 -0.17~+0.03%p, 20년물은 -0.20~0.00%p였는데 모두 발행량 이상의 수요가 들어왔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물 쪽에서 2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KT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매각 불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마찬가지로 'AAA'급인 KT 역시 등급 강등 우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초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해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AAA'이건 'AA+'이건 상관없이 '우량물은 담고 본다'는 회사채 시장의 최근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20년 이상의 장기물이 최근 발행되지 않은 점을 KT가 잘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부정적 등급전망이 있긴 하지만 KT같은 우량 회사채의 경우 ′AAA′이건 ′AA+′이건 운용사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며 흥행 원인을 설명했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건설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희망금리밴드대를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가 체면을 구겼다.
지난 18일 실시된 1000억원(4년물) 규모의 수요예측은 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회사측이 제시한 공모 희망금리는 '민평 대비 -0.25%p~+0.05%p’였는데 상단인 +0.05%p로만 600억원의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증권 박정호 연구원은 "포스코의 등급 조정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며 "(포스코의) 계열사에 대한 지원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설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건설이 금리대를 과도하게 낮게 잡았다고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발행 때만 해도 민평 대비 +0.37%p로 발행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는데 이후 모기업인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이 희망금리대를 오히려 낮게 설정한 것이다.
회사채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미 포스코건설은 'AA-' 취급을 받지 못한 지 오래인데 왜 저렇게 낮게 잡았는지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전일 기준 회사채 4년물 민평금리는 'AA-' 와 'A+'가 각각 3.12%, 3.59%고 포스코건설은 3.60%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