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하자니 부식·도난 위험…팔자니 손실 '막대'
[뉴스핌=주명호 기자] 쿠데타 이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태국이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쌀'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조금 지급 중단 후 급증한 쌀 재고와 가격 하락이 태국 군부을 고심케 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11년 출범한 잉락 친나왓 정부는 주 지지층인 농민들을 위해 시세보다 최대 50% 높은 가격에 쌀을 사들이는 정책을 내놨다. 인기영합적 목적이 큰 정책이었지만 여기에는 당시 태국이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급 조절을 통해 국제 곡물 가격을 높여 수출 이익을 늘린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으로 정부 예산은 구멍이 생겼다. 태국 부패방지위원회는 지난 5월 쌀 수매로 인해 92억달러의 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며 잉락 전 총리를 업무방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 사이 쌀 최대 수출국 지위도 인도와 베트남에게 추월 당했다.
지난 3월 태국 농민들이 정부가 약속했던 쌀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 XINHUA/뉴시스] |
보조금 지급은 지난 2월 중단됐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곧바로 나타났다. 쌀 재고량이 최대 1500만t에 이르면서 태국 2년간 수출량에 맞먹게 된 것이다. 지난 분기 수확량까지 감안하면 재고량은 20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말부터 지속된 쌀 가격 급락도 문제다. 현재 태국 쌀 가격은 보조금 지급 이전보다 30%나 낮아졌다. 보조금으로 자금흐름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에서 쌀 판매량을 크게 늘린 까닭이다.
태국 군부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쿠데타 이후 프라윳 찬오차 참모총장이 내린 첫 번째 주문 중 하나는 쌀 재고량 파악과 추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쌀 판매 중단이었다. 이달 6일에도 "수급 조절을 통해 시장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급 조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재고량을 계속 보유하면 쌀이 썩거나 도둑 맞게될 위험이 커지고, 막상 팔려고 하면 엄청난 가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가격이 추가로 하락해 국제 쌀 수출국 사이의 가격전쟁이 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국제 시장에서 태국산 쌀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한때 타국보다 50달러 가량 높게 판매됐던 태국 쌀은 이제 베트남, 인도 쌀보다 25달러, 40달러 낮은 가격에 팔린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 군부는 우선 농민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영 농민은행들에게 27억달러 규모의 미지급된 보조금을 상환하라고 명령했으며, 중단된 쌀 수매 프로그램을 재도입하지 않는 대신 비료 및 묘종 등 생산 비용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영은행들은 저금리 대출을 통해 농민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우려가 크지만 쌀 수출은 낮은 가격으로 인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태국의 쌀 수출 규모는 393만t을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900만t 가까이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태국 쌀 수출량이 1000만t을 넘겨 인도를 제치고 다시금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