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 소통능력 통찰력 섬세함이 무기
[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화웨이(華為)가 세계 최고의 통신장비 업체로 우뚝 선데에는 화웨이 총재 겸 CEO인 런정페이(任正非)와 호흡을 잘 맞춘 여성 경영인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온화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쑨야팡(孫亞芳)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쑨야팡 이사장은 2014년 중국 재계에서 가장 막강한 여성 리더로 선정됐다.
11일 왕이(網易) 등 중국 매체는 10일 포브스 중문판이 발표한 '2014년 중국 재계 100대 여성리더' 중 쑨야팡 화웨이 이사장이 1위에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쑨야팡 이사장에 이어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格力電器) 회장이 2위를 차지했다.
포브스 중문판은 쑨야팡 이사장을 거시적 안목과 다문화적 소통능력이 뛰어난 꼼꼼한 경영 스타일의 리더로 평가했다.
특히 2013년 매출액 2390억 위안(약 39조원), 순이익 210억 위안(약 3조4300억원)을 달성, 처음으로 경쟁사인 스웨덴 통신 장비업체 에릭슨을 제치고 화웨이를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쑨야팡 이사장은 포춘 중문판이 2010년부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가 25인'을 선정한 이래, 줄곧 3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중국 재계의 여풍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전자정보 과학기술 양성 요람인 '청두(成都)전자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한 쑨야팡은 1992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입사 후 엔지니어와 그룹 교육센터 주임, 구매·조달 부서 주임, 우한(武漢)사무소 주임 등을 역임하며 1999년 화웨이 이사장에 올랐다.
쑨야팡은 화웨이 창립 멤버가 아님에도 '화웨이의 여왕', '화웨이의 국무장관', 화웨이 총재 '런정페이(任正非)의 후계자'로 불리며 그룹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화웨이의 여왕'으로 불리는 쑨야팡(孫亞芳) 이사장. |
쑨 이사장이 화웨이를 여러번 위기에서 구해낸 적이 있다는 점도 런정페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기에 충분했다. 쑨야팡은 국가기관에 재직할 당시 축적했던 인맥을 동원해 화웨이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그룹 내부에서 런정페이 총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쑨 이사장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하고 있다.
런정페이 총재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쑨 이사장은 런 총재와 함께 '좌페이우팡(左非右芳, 左런정페이 右쑨야팡)'이라는 경영콤비로 불리며 지난 16년간 화웨이를 이끌어 왔다.
본래 화웨이에는 '이사장'이라는 직책이 없었다. 증시상장과 언론 노출을 꺼리는 화웨이의 폐쇄적인 군대식 기업문화에 대한 외부 비판이 쏟아지자 런정페이 총재가 이사장(동사장)이라는 직책을 고안해 낸 것. 런 총재는 쑨야팡을 그룹 이사장으로 임명해 대외교류와 활동을 일임하고, 자신은 그룹 내부경영을 맡았다. 그룹 최고 결정권자가 둘인 독특한 경영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쑨야팡은 화웨이 내부에서 사실상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임명을 비롯해 일부 중요 문건은 런 총재를 거치지 않고 쑨 이사장의 결재만으로도 통과될 정도다.
쑨 이사장이 그룹 대외 활동을 전담하면서 탁월한 다문화적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화웨이를 오늘날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로 키워냈다. 일례로 작년 그룹 대표로 호주 최초의 여성총리인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를 접견했으며,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포럼에서 강연을 한 바 있다.
쑨 이사장은 대외사업의 중점 내용 중 하나로 쓰리컴(3Com), 지멘스, 파나소닉, 모토로라 등 해외 업체와의 협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동통신사 등 관련 업체의 수익이 증대돼야만이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도 생존해 나갈 수 있다"면서 "관련 업체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동시에 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임직원들에게 쑨 이사장은 겉모습은 온화하지만 호랑이 같은 리더로 평가되고 있다. 쑨 이사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조그만 사항들을 놓치는 법이 없고 어쩔 때는 군인 출신으로 유명한 런 총재보다 훨씬 엄격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한 화웨이 직원은 "박람회 등 중요한 행사에서 넥타이를 깜박 잊고 착용하지 않는 일은 쑨 이사장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고위 임직원을 제외하고 정면으로 쑨 이사장을 응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쑨야팡은 여성특유의 셈세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2011년 경영이사회에서 이사장 재취임에 성공했다.
화웨이 이사장 직책을 수행하고 유지하기까지 쑨야팡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쑨야팡이 유력한 후계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외아들 런핑(任平)을 제치고 화웨이 이사장이 되면서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묵묵히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