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뉴 삼성'의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
[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기자] 삼성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면서 지배구조 개편작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마하(Mach)경영' 측면에서 3세 경영승계나 사업재편 모두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이미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뉴 삼성'의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는 게 그룹 주변의 관측이다. 3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이벤트로 경영승계와 사업재편은 9부능선 가까이 온 것으로 보여진다. 잠깐 졸면 죽는다는 말은 삼성의 이같은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 만드는 형국이다.
◆사업·지배구조 개편작업 어디까지 왔나
삼성그룹의 사업 재조정과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은 지난해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실상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말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수를 시작한 것이 신호탄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그룹이 건설계열 사업들의 지분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을 시작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아직까지 건설 계열의 사업 재편 작업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까지 발표된만큼 조만간 건설 부문에 사업과 지분 잔가지 치기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글로벌화 방침에서 뒤쳐져 있던 삼성에버랜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기 위한 측면과 함께 그룹내 매출 비중을 낮추는 사업구조 변화를 단행한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졌다.
이어 9월에는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높아졌다. 삼성SDS의 상장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됐던 부분이다.
이후 다시 삼성에버랜드를 둘러싼 사업 재조정이 본격화됐다. 계열사 에스원이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을 인수했고, 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인 웰스토리는 분사하기로 했다. 웰스토리는 사업의 향방에 대해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측이 계열분리를 하면서 가져가게 되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관련, 호텔신라 측은 인수설 자체를 '사실무근'이라고 최근 일축했다. 하지만 그간 전례와 사업재편 진행상황을 감안할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7.81%까지 확보하면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조만간 나올 건설 계열 사업 재편 작업을 알리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작업은 더욱 빨라졌다. 3월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패션사업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인수되면서 IT소재 부문이 남아있었는데 삼성SDI가 이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
이어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화학부문은 건설부문과 함께 향후 계열분리의 관건이 되는 사업부문이다. 향후 계열분리시 이부진 사장 측으로 이동할지 여부가 관심사안이다.
지난달에는 삼성SDS의 상장 추진 사실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상장설이 공식화된 것이다. 이 부회장 등 3세들의 지분이 19% 가량 있는 삼성SDS의 상장 추진은 결과적으로 경영권 승계의 실탄 마련용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과 화확 부문의 지배구조 개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계열분리 작업 등이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 이목이 쏠린다.
◆완성되는 마하경영..사업 편중 해소, 승계까지 해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 발표는 이같은 맥락상 상당한 무게감으로 전해진다. 굵직한 사안들은 이미 수면위로 대부분 드러난 상황에서 향후 지주회사 전환 등 구체적인 계획을 일부 예측해 볼 수 있어서다.
사실 '마하경영'의 완성을 위한 밑그림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설계부터 엔진, 소재, 부품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침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이 전환사채를 통해 이 부회장 등 세 자녀에게 지분을 배분한 1996년 이후 줄곧 그룹 경영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비상장 계열사로 머물며 삼성그룹의 방향성인 글로벌화에는 철저하게 뒤쳐져 있었다. 사업이든 경영승계든 이렇다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상장 추진으로 투명성을 높이면서 사업적으로도 글로벌화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오너 일가 지분구조에도 3세들 경영승계에 상장 이벤트는 분명한 실익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
특히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이벤트까지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되면서 3세경영 시대가 사실상 개막됐다는 분석이다. 삼성 대관식을 향한 길이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이다. 여기에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로 연결되는 고리에서도 최정점에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오너 일가가 지배한다. 지분율은 총 45.56%에 달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 지분도 19.4%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를 통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2011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삼성카드가 갖고 있던 지분 17%를 KCC에 매각했다. 이때 주당 매매가는 182만원이다. 현재는 주당 200만원을 훨씬 웃돈다. 여기에 상장 프리미엄을 더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 중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3세들의 경영권 승계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주매출을 통해 오너 일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게 되고 신주발행 등으로 그룹의 자금력도 추가로 확보된다.
이렇게 마련된 오너 일가의 실탄은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과 부진·서현 사장의 계열분리에 사용될 수도 있다. 물론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다소 거리감이 있는 얘기다. 하지만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거나 주식교환 등을 통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안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그룹의 모습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선두에 있다는 절박함은 여실히 나타난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에 기대는 이익 편중현상이 심화된 상태이고 미래 먹을거리 역시 불투명하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들이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시급한 경영현안인 셈이다. 금융계열사가 수천명에 달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더 빠르게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 다시 추격자의 지위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크다.
삼성그룹 전반에 '잠깐 졸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더욱 속도를 내는 삼성그룹의 마하경영. 사업 재조정과 순환출자 해소, 여기에 경영승계까지 무리없는 완결판을 보여줄지 그룹 주변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김양섭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