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에 당국 건전발전 유도방침 밝혀
[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인터넷 금융상품이 시중의 돈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은행예금과 증시로 향할 자금이 인터넷 포탈 대기업들의 고수익 인터넷 금융상품에 몰려들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알리바바는 인터넷 고수익 금융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로 4000억위안(약 70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인터넷 금융상품이 시중 자금의 블랙홀이 되면서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자금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며 적절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인민은행 당국은 인터넷 금융상품 영업의 금지를 명령할수 는 없다며 다만 적절한 규정을 만들어 관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4일 국제금융보(國際金融報) 등 중국 매체는 작년 6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위어바오를 출시한 후, 200일만에 예금 규모가 2500억 위안을 넘어서더니 최근 4000억 위안 돌파까지는 3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위어바오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2월 26일까지 위어바오 가입자 수도 8100만명을 돌파, 보름 남짓 만에 2000만명의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특히 위어바오의 가입자 수가 중국 A증시 주식투자자 수를 넘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圳)증시의 유효계좌 수는 각각 6700만개, 6500만개로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모두 계좌를 개설해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주식투자자는 6700만명으로 추산된다.
위어바오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1위안(약 177원)만 가지고도 투자가 가능하며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에다, 연간수익률 6% 이상으로 은행권 재테크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위어바오 출시로 알리바바가 대박을 터뜨리자,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微信 웨이신)을 이용한 온라인 금융상품 '리차이퉁(理財通)'을 내놓는 등 경쟁 인터넷 업체들도 유사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인터넷 금융의 급속한 성장에 위기를 느낀 전통은행도 5~6% 이상의 고수익 상품으로 맞대응하고 있어, 인터넷 업체와 전통은행간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위어바오의 예금 규모가 4000억 위안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위어바오가 시중자금을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지적과 함께 인터넷 금융이 중국 전통 금융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CCTV 증권채널에서 시사평론을 맡고 있는 뉴원신(鈕文新)은 "위어바오가 금리시장 질서를 훼손시켜 은행 유동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부추김으로써 중국 금융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가져다 주고 있다"면서 위어바오를 '돈 빨아먹는 흡혈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어바오가 중국 서민들이 손쉽게 재테크 상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으며, 금리자유화를 촉진하는 등 금융권 개혁을 유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차이어성(蔡鄂生)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银监会) 부주석은 "전통은행과 위어바오를 대립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며 "위어바오로 대표되는 인터넷 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트렌드가 은행권의 금리자유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흥업(興業)은행 수석경제학자 루정웨이(魯政委)는 "위어바오 등 인터넷 금융상품이 전통 금융권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금리자유화에 따라 수익이 높은 곳을 쫓아 은행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위어바오가 아니라도 막을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전체 위안화 예금규모가 74조2000억 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위어바오의 예금 규모 4000억 위안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며 인터넷 금융이 은행에 크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보안 취약 등을 이유로 인터넷 금융상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개인정보 도용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도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인터넷 금융상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3일 정협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인민은행 리둥룽(李東榮) 부행장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이 인터넷 금융 규제 강화를 주장하면서 관련 방안이 곧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이 위어바오를 비롯한 인터넷 금융상품을 철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동안 일각에서 일었던 인터넷 금융상품 철폐 주장에 대한 정면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인터넷 금융에 관한 엄격한 관리감독 정책이 부재했던 만큼 관련 정책을 보완해 인터넷 금융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대다수 전문가들도 "위어바오가 도시 상업은행 한 곳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며 "중국 경제의 탈레버리지 과정에서 은행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가 유동성 리스크인 만큼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터넷 금융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