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와 동반 강등 가능성" 對 "구조조정은 藥"
[뉴스핌=김선엽 기자] KT계열사 4곳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KT 자체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KT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낮춘 점이 모회사의 신용도에는 약(藥)이라고 주장하지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KT가 몸담고 있는 AAA등급 시장에 지각변동이 도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한국기업평가는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KT캐피탈의 신용등급을 각각 AA-에서 A+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KT텔레캅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역시 한 단계 낮췄다. KT의 신용등급은 발표 전이다.
한기평은 KT계열사의 등급을 낮춘 이유에 대해 "1분기 중 자회사인 KT ENS 가 대출사기사건에 연루된 이후 3월경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일련의 크레딧 이벤트를 발생시켰다"며 "이는 그동안 KT계열사의 신용도에 반영되었던 계열지원가능성 평가요소 중 위기 시 모기업으로부터의 재무적 지원가능성 등에 대한 약화를 초래하면서 계열지원의지 손상으로 이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자회사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간 상황에서 모회사인 KT 자체의 등급조정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KT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과 함께 AAA등급이지만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가 KT를 신용등급 와치리스트(감시대상)에 올려놓은 상태다. 최근 정기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는 신평사들은 조만간 KT에 대한 평정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KT의 등급이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KT에 자금지원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KT가 부실자산을 떨어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등급하향 조정 가능성을) 과도하게 경계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 역시 "포스코의 등급을 그대로 두면서 KT부터 과연 떨어뜨릴까 싶다"며 "당장 KT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KT와 포스코의 국제신용등급은 'A-/부정적', 'BBB+/부정적'(S&P 기준)으로 KT가 한 노치 높다. 포스코는 그대로 두고 KT의 등급만 내릴 경우 순위가 꼬인다.
반면, 신평사들이 '등급버블'을 없애는 정상화 차원에서 KT부터 손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뻥튀기' 등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KT ENS에 대해 지원을 안 했다는 것만으로 계열사들 전체의 등급을 내린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KT 계열사의 등급을 낮춘 것은 KT 자체의 등급을 낮추겠다는 것을 내포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신평이 KT 자체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이미 밝혀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