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기업 대출 확산, 규제 사각지대 그림자금융 출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대출로 혹독한 금융위기를 맞았던 월가에 이와 흡사한 자금 거래가 확산,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가의 여신 전문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최고 연 125%에 이르는 고금리에 자금을 대출, 단시일 안에 폭리를 취하는 전략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비즈니스 파이낸셜 서비스에 따르면 이 같은 서브프라임 기업 대출이 연간 3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중소기업청이 보증한 소기업 대출액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 업계의 자금줄은 다름 아닌 골드만 삭스와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여신 전문업체 사이에 이른바 ‘서브프라임 비즈니스 대출’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신용 상태가 불량한 기업에 고금리에 자금을 제공한 뒤 채무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 업체의 차량부터 고정자산까지 압수하는 형태의 대금업을 운용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부과하는 금리는 연 1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신 업체의 핵심 자금원은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월가의 간판급 IB라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뿐만 아니라 구글을 포함해 눈덩이 현금 자산을 보유한 미국의 공룡 기업들도 여신 업체에 자금줄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 전문 업체 오퍼튜니티 파이낸스 네트워크의 마크 핀스키 대표는 “과거 주택 모기지 시장에 만연했던 서브프라임 대출이 기업을 대상으로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며 “주택 대출만큼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월가의 IB와 여신 전문 업체들은 이들 대출 채권을 새로운 증권화 상품으로 가공, 제3의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고 있다.
과거 서브프라임 주택 모기지 대출 채권을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새로운 증권화 상품으로 둔갑해 매각했던 것과 같은 행위다.
독립 대출 브로커인 스티븐 델가도는 “영업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까지 서브프라임 기업 대출에 뛰어들고 있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그림자 금융이 자리잡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