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 "담배가 개인·가정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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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안선영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오른쪽)와 정미화 법무법인 남산 대표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KT&G·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를 상대로 약 540억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공식 제기했다.[사진=김학선 기자] |
[뉴스핌=김지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담배소송'을 14일 제기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개인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을 뿐, 공공기관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소송은 양심의 문제이며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라며 담배소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이날 오전 9시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537억원을 청구하는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담당할 외부 변호인으로는 법무법인 남산을 선임했다.
건보공단 안선영 변호사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높은 3개 암 환자를 상대로 건보공단이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10년 간 지출한 급여비 산출했으며, 승소 가능성과 소송비용을 고려해 소송금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흡연과 질병 간 구체적인 인과관계와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은 건보공단의 당연한 책무"라며 "흡연은 국민 뿐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에 큰 폐혜를 일으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금액은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높은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환자를 대상으로 일반검진자료와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자료를 연계해 흡연력에 따라 건보공단이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지출한 금액으로 산출됐다.
건보공단은 흡연력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이거나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에게 부담한 진료비 537억원을 우선 청구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은 "우선 537억원을 청구하고, 향후 소송수행 과정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개인 흡연자가 낸 소송과 달리,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와 담배제조회사의 위법성 이 두 가지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대상으로 KT&G 외에도 외국계 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법무법인 남산 정미화 변호사는 “필립모리스, BAT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서 제기된 담배 관련 소송에서 많은 자료를 법정에 제출했고 패소판결을 받았다. 패소한 주된 이유는 위해성,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허위로 제시한 사항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 당사자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들도 다수 존재한다. 우리가 보기에 필립모리스, BAT가 이번소송에서도 미국에서 자신들이 시인한 여러 가지 불법 행위나 유해성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경우, 담배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상당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사례는 미국 연방정부가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담배 관련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개하며 “그 판결에서 패소확정을 받은데 이어 최근일로 지난 1월에는 법무부와 정정보도문에 관한 합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합의 내용에서 담배는 중독성이 있고 담배회사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부당 영업하고 간접흡연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켰다고는 내용이 합의문구에 들어가 있다고 정 변호사는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또한 국내 법원은 외국사례와 달리 담배의 중독성, 첨가물을 통한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건보공단 측 안 변호사는 “WHO(세계보건기구) 등 해외에서는 그 부분을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담배소송은 양심의 문제이며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라고 담배소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경영의 신’ 이자 일본항공(JAL)을 파산위기에서 구했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JAL이 파탄났을 당시 정부로부터 영입된 그 분 얘기에 감명받았다”고 소회하며 “경영의 정도는 무엇이냐고 하냐면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가 경영판단의 기준이라고 한다. 저는 담배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마약보다 중독성 강한 게 담배”라며 “배상을 얼마 더 받느냐는 두 번째 문제”라며 “담배가 개인생명과 가정을 파괴하고 나라 장래를 어둡게 하는 국민적 피해에 대해 배상, 그리고 흡연율을 낮추고 진상을 밝히는 것은 건강보험공단의 본연의 책무이기 때문에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