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 동안 약 551만 가구 공급…미분양 쌓이고 하우스푸어 심화
[뉴스핌=한태희 기자] 주택의 '역습'이다. 지난 2000년 이후 14년간 550만가구, 매년 40만가구가 쏟아졌다. 대규모 택지개발 덕분이다.
대량 생산된 주택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08년에는 미분양주택이 16만가구를 넘었다.
집을 산 사람도 고생하기는 매한가지다. 집을 장만하는 데 등골이 휘어 가난해진 하우스푸어. 전국의 하우스푸어는 최대 156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신 스스로 하우스푸어라고 여기는 가구는 248만가구에 이를 지경이다. 주택시장도 '풍요 속의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550만가구 공급에 넘쳐나는 미분양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데도 주택 공급은 줄지 않고 계속 늘었다. 주택은 넘쳐나지만 사람들이 집을 사지 못한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2391가구. 이중 2만193가구는 공사가 끝났는 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다. 국민 두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집이 없지만 집은 남아도는 형국이다. 지난 2012년 기준 자가점유율은 53.8%.
집이 모자라 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지난 2009년에 1가구 당 1가구를 넘었지만 주택의 공급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대규모 택지지구을 멈추지 않았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초과했으나 김포한강·동탄·판교신도시에서 수십 만가구의 주택이 잇따라 건설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주택 인허가 실적은 49만1700가구. 인허가 후 짓지 않은 주택을 제외하고 약 80%가 실제 공급됐다고 가정하면 14년간 550만가구, 매년 39만3400가구가 공급된 셈이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주택 준공 실적은 지난 2011년부터 집계했기 때문에 이전 자료는 인허가 물량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인허가 물량의 80~90%가 분양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자료:국토교통부, e나라지표 |
◆벼락같이 다가온 '하우스푸어' 200만시대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는 동안 하우스푸어 문제가 '벼락' 같이 등장했다. 집을 사서 '풍성한 삶'을 누리려 했으나 대출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벅찬 사람이 속출한 것이다.
하우스푸어는 적게는 4만 가구에서 많게는 156만9000가구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2년 기준 하우스푸어가 전국에 4만~94만가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8만4000~156만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체감하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이보다 심각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248만가구가 스스로를 하우스푸어라고 여겼다. 이들은 1000만원 벌면 200만원 넘는 돈을 원리금을 갚는데 지출하고 있다.
주산연 김찬호 연구위원은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비율이 20%가 넘으면 자신을 하우스푸어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우스푸어 체감가구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높은 금리의 추가적인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고 우려했다.
자료:주택산업연구원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