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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20나노 D램 |
[뉴스핌=김양섭 기자]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진출한 지 30년만에 일본을 제쳤다.
24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작년 한국 업체의 반도체 판매액은 515억1600만달러로 시장점유율 16.2%를 차지했다. 미국에 이어 2위다. 일본(434억3200만달러. 13.7%)은 3위로 밀려났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것은 삼성이 반도체산업에 진출한 1980년대 이후 30년만에 처음이다.
◆ 치킨게임 승자 '삼성-하이닉스'
반도체산업은 대표적은 승자 독식 시장이다. 수급 변동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급변하기 때문에 출하량과 가격 변동에 대한 전망이 기업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급량을 계속 늘리면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서 체력이 약한 업체들이 먼저 나가 떨어지게 되는 구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일본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은 이같은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승자 지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산재했던 군소 업체들이 대부분 파산하거나 대형 업체에 인수ㆍ합병(M&A)되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른바 '빅3'로 재편됐다.
이로써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99% 이상을 점유하는 구조로 변모했다.
낸드플래시와 시스템 반도체까지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인텔이 우위에 있지만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위치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급증한 모바일 D램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51%, SK하이닉스가 25%, 마이크론이 2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PC 생산 급감과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역풍을 맞았지만 국내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D램 등 메모리 부문은 성장을 거듭했다.
◆ 비메모리 약세..장비 국산화 시급
향후 과제는 비메모리 분야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5.8%(113억8100만 달러)로 주요 반도체 생산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또 고부가가치 품목인 광·개별소자의 시장점유율도 10.4%로 1위 일본(31.5%)과 격차가 크다.
또 스마트카 등 향후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아직까지 약세인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 제조 역사가 오래된 유럽, 일본, 미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 1위 업체는 일본 르네사스(28억1700억 달러)로 11.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독일 인피니언(24억 달러),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18억9000만달러), 미국 프리스케일(16억8000만달러), 네덜란드 NXP(14억7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삼성전자(2억7000만달러)는 10위권 밖이다.
또 반도체 장비 등 후방산업도 비교적 취약하다. 반도체 산업 2위라는 타이틀을 갖췄지만 장비 국산화율은 수년째 20% 수준에 정체돼 있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를 비롯한 핵심 장비들은 여전히 일본, 독일 등의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