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부정적 영향"
[뉴스핌=한기진 기자] 시장의 예상보다 빨랐다. 재닛 앨런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은 20일 취임 첫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산매입 종료 후 6개월 정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미 10년 국채금리는 10bp 상승한 2.77%로 마감하는 등 금리인상 우려가 급하게 반영됐다. 중단기 금리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2년 만기 금리는 0.07%p 오른 0.42%가 됐다. 상승폭과 상승률 모두 2013년 이후 최고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책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좀더 명확한 시그널을 금융시장에 던져줬다”고 해석했다.
3월 정례 FOMC 결정도 앨런 의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실업률이 6.5% 아래로 낮아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돌면 연방기금 목표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 자산 매입 규모를 4월부터 550억달러(모기지유동화증권 250억달러, 장기국채 30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로 줄이는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김효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속도라면 QE는 올해 9월~10월말 종료된다. 빠르면 3~4 월, 늦어도 내년 6월경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 양적완화 축소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의 금융시장을 괴롭혔다. 미국, 유렵 등 선진국으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금리인상은 양적완화 축소보다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이기 때문에 앨런 의장의 발언 이후부터 미 금리인상에 따른 대비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경기 회복 속도와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 속도가 엇갈리는 경우로 증시를 비롯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위험자산 가격 조정은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성장률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금리인상은 자연스레 시장금리 상승을 부르고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파급효과를 부른다. 결국 글로벌 자금이 더 높은 금리와 달러를 찾아 미국시장에 몰리고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밤사이 미국에서 거래된 MSCI 신흥국ETF(지수연동형펀드)는 장중 고점대비 2% 가까이 하락해 마감했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미 연준의 정책전환 리스크는 신흥국과 원자재 시장에는 부정적 요인 혹은 원자재 가격 반등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지표들도 일제히 부진했다. 야간 선물은 전일보다 0.6% 내렸고 NHF(역외선물환)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5원 올랐다. 작년 5월 버냉키 쇼크 당시 야간선물이 1% 이상 하락하고 NDF 기준 원/달러 환율이 7월 상승했던 때보다는 덜하지만 지난 12월 양적완화 축소 결정 당시 야간 선물이 0.9% 상승한 것과는 대비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에 부정적”이라면서도 “한국증시가 다른 국가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 가격 부담이 적고 경상수지 구조가 탄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달러강세에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