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없는 공사는 없어 하지만 현대건설의 프로젝트에 실패는 없다"
[뉴스핌=이동훈 기자] 검게 그을린 피부, 여유는 있지만 당당한 얼굴. 지난 10~12일 카타르와 터키 현장에서 만난 현대건설 현장 사무소장들은 흡사 로마제국 영화에서 보던 군단장을 연상케 했다.
이들은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세월을 건설인으로 보내면서 어느덧 200여명의 직원들을 거느리는 위치까지 올랐다. 그동안 말 수도 줄고 근력도 예전 같진 않아졌다. 하지만 건설인으로서의 자존심은 30년 세월 만큼 굳어진 것이 이들이다. 세계 속 현대건설을 짓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카타르의 대동맥을 짓는 하영천 상무
"지난 2012년 사우디 현장을 마감하고 귀국 준비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귀국을 이틀인가 사흘인가 남겨 놨는데 본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카타르 현장으로 발령 났으니 이동하라고요. 두말 없이 비행기표를 바꿔 카타르로 왔습니다. 벌써 2년이 다돼가네요"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에서 만난 하영천 소장(상무)의 이야기다. 30년간 도로건설 현장을 누비고 있는 하 소장은 중동 도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토목인이다. 그만큼 자신이 맡고 있는 도로에 대한 자존심도 강하다.
"루사일 고속도로는 단순히 도로를 하나 더 놓는 것이 아닌 도하의 도시구조를 개편하는 사업입니다. 그 역사를 현대건설이 쓰는 거죠"
현대건설은 도하의 로터리형 교차로를 대량 교통처리에 적합한 사거리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차로 주변을 녹지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 하 소장이 맡은 일이다.
"현대의 기술력은 카타르 국왕도 인정했습니다. 도로 공사를 위해 임시 도로를 만들었는데 그 도로를 지나던 카타르 국왕이 '임시 도로가 이 정도냐'고 놀랐다더군요. 카타르의 심장부인 도하와 루사일을 잇는 대동맥에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올 작정입니다"
◆세계 최고, 최초 다리를 짓는 나영묵 상무
검푸른 바다를 상대로 세계 최대의 역사(役事)를 만들어내는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건설현장. 이곳에서 만난 나영묵 소장(상무)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터키는 19세기에 정교함에 있어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넘는다는 돌마 바흐체란 궁전을 만들어 낸 나라죠. 현지 건설사들도 토목·건설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는 초장대 교량은 스스로 만들 수 없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건설 강국에 맡기고 있는 겁니다"
나 소장이 맡은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세계 최초로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짓는다. 주탑간 거리가 먼 바다 위에 놓는 다리 방식인 현수교에 철도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고정시켜주는 사장교 방식을 통합한 것이 바로 이 다리다.
"터키에서는 제3대교의 주탑이 올라가는 것을 뉴스에 낼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이 다리로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보여 향후 50조원에 이르는 세계 초장대교량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지난해 이후 초장대 교량공사가 3건이 발주됐다. 이 가운데 칠레 차카오와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두 건을 현대건설이 수주했다는 게 나 소장의 설명이다.
나 소장도 고민꺼리가 있다. 우선 29개월 안에 공사를 마쳐야한다는 부담이다. 그럼에도 세계 어떤 초장대 교량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초장대 교량공사는 5년 정도가 걸립니다. 그런데 제3대교는 공기가 29개월입니다. 직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빨리 짓더라도 다리 수명은 최소 100년을 가도록 만들 것입니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상징성 면에서도 적지 않은 위상을 갖는다. 그간 우리 건설업계의 불모지였던 유럽 진출의 신호탄이란 점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짓고 있는 나 소장의 어깨에 향후 현대건설의 미래가 걸려있다.
◆중동 건축의 대부 전익수 상무
카타르 하마드 메디컬시티에선 또 다른 현대건설의 명장을 만날 수 있다. 올 해로 현대건설에 몸을 담은 지 33년이 된 전익수 상무다. 이 곳의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전 상무는 현대건설의 '중동 건축 대부'다. 해외건축본부장을 맡아 고난이도의 건축사업을 총 지휘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드 메디컬시티를 전초 기지로 삼아 중동 최대의 의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그만큼 카타르 정부의 관심과 요구사항도 깐깐하다.
하지만 전 소장은 발주처인 카타르 정부에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건축 설계도 변경하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성 병동의 로비 공간을 짓는데 애초 설계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발주처인 카타르 공공사업청 사람을 만나 이를 설득했지요. 결국 여성병동에는 현대건설의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중동 최대의 병원단지이기 때문에 하마드 메디컬시티 사업은 쉽지 만은 않다. 그래도 전 소장의 자부심은 높다. "맡았던 사업마다 어려움이 없는 공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맡은 프로젝트에 실패는 없습니다" 현대건설인으로 젊음을 바치고 황혼을 맞은 전 소장이 남긴 말이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