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사장-현수교 보스포러스제3대교 착공..세계 최고 높이 주탑 위용 드러내
현대건설이 짓는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지어진다. |
[뉴스핌 이스탄불(터키)=이동훈 기자]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 세계 최고 주탑, 세계 최장 주탑간 거리'
현대건설이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에 짓는 '보스포러스 제3대교'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는 고도(古都)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가 건물로 지어진 조그만 사무실. 주변은 아직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다. 이곳에서 현대건설은 검푸른 바다를 상대로 세계 초장대 교량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이 지난 2013년 수주한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총 6억9740만달러(한화 약 7450억원) 규모다. 3월 기준 공정률은 약 21%로 현재 교량 주탑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공사는 오는 2015년말 완공할 예정이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보스포러스 해협의 가장 북쪽(유럽 쪽 사르예르 가립체, 아시아 쪽 베이코즈 포이라즈쿄이)을 잇는 총연장 2164m로 지어진다. 중앙경간(바다구간)은 1408m에 달한다. 왕복 8차선 도로와 복선철도로 구성된다.
기존 제1·2교와 비교할 때 중앙경간은 1.4배며 주탑 높이는 2배가 넘는 대규모 공사다. 아시아와 유럽에 각각 놓이는 두 개의 주탑은 높이 322m로 세계 최대의 높이를 자랑한다. 다리 상판은 폭 60m, 길이 1408m로 국제 규격 축구장을 약 11개 만들 수 있는 면적이다.
◆세계 최초 사장-현수교, 초장대교량 역사 새로 쓴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가 세계 건설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제3대교는 자동차와 철도(경전철)가 동시에 다니는 다리다. 때문에 바다를 잇는 다리로 자주 사용되는 현수교 방식은 적합지 않다. 현수교는 바람 세기에 따라 좌우로 최대 12m를 흔들리기 때문에 철도가 지나는 다리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때문에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는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짓는다. 사장케이블을 주탑에 바로 묶어 교량 상판의 무게를 지지하는 사장교(斜張橋)와 주탑 사이 현수케이블을 연결하고 거기에 상판을 다시 묶어 자동차 무게를 받히는 현수교(懸垂橋) 방식을 하나의 다리에서 재현한 것이다.
이 현장 나영묵 소장(상무)은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상징성을 지닌 장대교량으로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야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라며 "현대건설이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초장대교량 기술력과 풍부한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장대교량 건설 기술을 선보인다. 사진은 세계 최고 높이인 322m로 지어질 주탑 전경 |
◆세계 수준 기술력 선뵌다..유럽진출 교두보 마련
보스포러스 제3대교의 현수교 부분은 지난 2012년 2월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울산대교에 적용한 초장대 케이블 가설장비 신공법이 그대로 사용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 건설교통 R&D(연구개발) 혁신사업인 초장대교량사업단에 참여해 주경간 2㎞급 초장대 현수교 가설공법 가운데 하나인 조립식 평행선 스트랜드(PPWS; Prefabricated Parallel Wire Strand) 케이블 및 케이블 가설용 핵심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PPWS 케이블 가설공법은 기존 케이블 가설공법 보다 향상된 품질과 주공정 공기(工期)를 줄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보스포러스 제3대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쏘아올렸다. 바로 유럽시장 진출의 신호탄이다.
그동안 유럽 건설시장은 유럽 선진 건설회사의 독점 무대였다. 하지만 동서양을 연결하는 상징인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를 현대건설이 따낸 것은 향후 유럽 건설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대건설은 세계 장대교량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연장 36km의 해상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Jaber Causeway) 교량 공사와 지난해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6억4800만달러(한화 약 6930억원) 규모의 칠레 차카오(Chacao) 교량공사를 수주했다.
나영묵 소장은 "이로써 현대건설이 최근 수년간 세계 교량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양대 교량 공사를 모두 수주한 것"이라며 "향후 유럽, 중동, 중남미를 무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사들과 어깨를 겨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