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애널리스트-운용매니저’ 협력관계, 금융위 검찰 고발
[뉴스핌=한기진 기자] CJ E&M 주가조작 사건에서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리고 금융투자업계의 대처법은 무엇일까.
지난 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CJ E&M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금지 위반혐의(주가조작)에 대해 한국투자, 유진투자, KB투자증권에 기관경고와 우리투자증권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또 해당 회사의 애널리스트 4명과 CJ E&M 기업공시(IR) 담당 직원 3명에 대해 정직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 및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증선위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자,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기업 IR 담당자-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간 3각 커넥션에 경종을 울리는 중대한 결정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철퇴’ 명령을 받고 조사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증선위는 징계 배경에 대해 “투자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공시 등 법령에 정한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기 전의 정보를 특정증권의 매매 등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1차 유포자와 매도 의견 낸 곳만 ‘중징계’
원래 자본시장조사단의 조사 대상에 오른 증권사는 10여곳, 애널리스트도 20여명에 달했지만 징계 대상자는 크게 줄었다.
금융위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1차 정보수령자와 그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다는 증권거래법 제188조2 제1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전달받은 2차 정보수령자 이후의 사람이 유가증권 매매 등에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는 금지하지 않는다.
한국투자, 유진투자, KB투자증권의 관련 애널리스트가 이에 해당했다. 이들은 CJ E&M의 IR 담당자로부터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70억원에 불과하다는 미공개 정보를 듣고, 이를 8시 30분경 11개 자산운용사 운용매니저에게 전달해 ‘매도’할 것을 추천했다. 이 때문에 CJ E&M 주가가 폭락했고 선량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결국 관련자들은 기관경고와 검찰고발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 E&M 주가 폭락을 이상하게 여긴 운용매니저의 질의를 받고 이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다. 미공개정보의 영향이 이미 반영됐고 매도 등 적극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아 기관주의와 검찰 ‘통보’ 수준의 징계에 그쳤다.
K증권, S증권 애널리스트도 CJ E&M의 미공개 정보를 제공했지만 그 시점이 오전 9시 30분을 지났고 매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금융위 징계를 피해갔다.
◆ “금융투자협회 영업 및 업무 규정, 철저히 지켜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정상적인 정보 제공 기능까지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한 대형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장 중에 기업 관련 논평하기를 꺼려할 것”이라며 증권가의 기업분석 기능 약화를 걱정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불공정 거래가 많았던 자본시장 풍토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금투업계 우려와 거리가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협회의 규정을 정확히 지키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며 “증시에 너무 많은 불공정거래가 있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내 놓은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을 보면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자료의 작성 및 공표에 관한 규정이 제2-24조~제2-33조에 명확하게 정리돼 있다. 대표적으로 공정성이 현저하게 결여된 자료는 작성해서도 공표해서도 안되고 선물옵션 상품에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기업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