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업용 저장시설 확보 등 4대 추진대책 내놔
[뉴스핌=김지유 기자] 석유거래 규제완화 등 4대 구체안을 담은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 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업용 저장시설 확보, 석유거래 관련 규제완화, 석유트레이더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석유거래 관련 금융인프라구축 등 4대 추진대책을 통해 동북아 오일허브국가로 거듭나겠다 게 정부 복안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이번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에 대해 단기적으로 3.6조원, 장기적으로는 60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국내 내수와 석유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 역시 이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분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대책'을 확정·발표했다.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오일허브란 대규모 석유정제·가공·저장시설, 물류, 석유거래 관련 금융서비스가 구축돼 있는 석유거래의 중심지를 일컫는다. 유럽의 ARA지역(벨기에 앤트워프, 네덜란드 로테르담·암스테르담)과 미국 걸프 연안이 대표적이며,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유일한 오일허브로 꼽힌다.
정부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운임, 정제비, 잉여정제력, 항비, 평균수심 등 긍정적인 조건에 있다고 판단, 한국을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동북아지역 최대 오일허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업용 저장시설 부족, 다양한 규제, 투자 관련 인센티브 제공부족, 금융기능 미흡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 4대 추진과제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목표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일허브는 복수의 탱크터미널을 보유한 출발단계, 트레이딩이 가능한 교역단계, 장외시장(선도거래)이 형성된 금융화단계, 가격을 형성하는 시장화단계, 파생상품(선물) 거래가 가능한 성숙단계로 구분된다. 유럽 ARA지역과 미국 걸프 연안은 성숙단계, 싱가포르는 시장화단계다. 한국은 출발단계로 여수에 상업용 저장시설(사업규모 820만 배럴)이 완공돼 지난해 3월 상업운전을 개시하고 있는 정도다.
이에 따라, 오일허브 조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상업용 저장시설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 1조5000억원의 민자를 투입, 오는 2020년까지 연간 4억 배럴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탱크터미널(여수 저장시설 포함, 총 3660만 배럴 규모)을 건설할 계획이다. 울산 태화강의 북항(사업규모 990만 배럴)에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남항(사업규모 1850만 배럴)의 경우에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2015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비축 중인 석유 9000만 배럴까지 더해 30% 정도를 시장에다가 내놓는다면, 5200만배럴 정도를 오일허브를 위한 거래물량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필요 시에는 정부비축시설 민간대여로 2000만 배럴 수준의 저장시설을 추가로 확보해 싱가포르를 추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한 석유거래와 관련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 제도는 원유 수입 시 관세 및 부과금을, 제품 판매 시 유류세를 부과하고 제품 수출 시에는 환급을 위한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이에 정부는 오일허브 내에서 석유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과세 등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오일허브가 형성되면 정유공장에 보세구역 관련 특별 허가를 내줌으로써, 사전 세금 부과 없이 수출 시 일괄 정산하는 방식으로 과세·환급체계를 완화했다.
또한 정제시설을 보세공장으로, 탱크터미널 밀집지역을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해 관세법 상 부가가치행위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수출·내수용이나 블랜딩(석유 혼합) 방식 등에 관계 없이 포괄적인 부가가치 활동이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내항운송사업자가 외국적 선박을 용선할 경우에 40일 전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 것과 관련, 허가신청기간을 20일 정도로 단축해 트레이더의 원활한 화물운송을 지원한다.
국가 석유비축자산의 경우 오일허브에 15%까지 트레이딩 및 대여할 수 있는 현 규정을 30%까지 높였으며, 탱크에 보관 중인 석유제품의 유종·수량 변경 시 고위험도 유종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만 신고·승인을 받으면 된다. 위험도가 낮아지는 쪽으로 변경한다면 정부에 별도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석유트레이더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국내법인 설립을 희망하는 트레이더를 위해 법적지위를 마련, 석유트레이딩이라는 업역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출입업 등록 없이 국내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국내법인 설립 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함께 검토된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감면규정 중 산업지원서비스업, 석유트레이딩업을 추가하고 현행 조세지원체계 내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상품트레이딩(가칭) 전문과정을 마련하고 자격증을 부여하는 등 트레이딩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오일허브 성공 여부의 관건으로 꼽히는 금융거래도 규제가 완화된다.
석유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토록 은행연합회 여신전문위원회의 지침을 개정한다. 외환관리와 관련해서는 거래완료 후 통합 신고토록 할 방침이다.
또 파생상품(선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가격평가, 청산·거래소 등 인프라를 적기에 조성할 계획이며 플래츠(Platts)와 아구스(Argus) 등 해외 주요 가격평가기관 유치도 추진된다.
정부는 저장시설 건설·운영의 단기적 경제효과로 3조6000억원, 장기적으로는 6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일허브 구축 완성 목표인 2020년 이후에는 연간 250억달러 이상의 석유류 중계가공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석유거래 연관산업의 발전, 석유수급 효율성 제고, 비축 증대에 따른 석유안보 강화 등의 효과도 노린다.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은 "동북아지역 석유시장 동향을 보면 (오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싱가포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동남아·동북아의 이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오일허브를 가지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에 비해 조건이 양호하고 경쟁력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동북아오일허브로 가야 된다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다"며 "현재에도 유럽 및 러시아의 탱크 관련 다국적기업들이 울산에 투자하고 있어 해외투자를 유치해 나간다면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지역 오일허브를 위해 차제에 정책적인 스타트를 해야 된다"며 "꾸준한 준비와 치밀한 대책 등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