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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노래 2 - 그녀의 손과 내 손은 멀었다

기사입력 : 2014년03월24일 08:00

최종수정 : 2014년03월05일 15:48

여유가 있어졌구나. 조금 후에 헤어지면, 평생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실로 기뻐하였다.
자기 안에 샘솟는 것을, 그녀는 늘 억제했었다. 조용한 몸짓과 다소곳한 미소로. 나는 그것이 안타까웠었다. 얼마나 많이 내 샘솟는 기쁨은, 그 앞에서 저절로 수그러들었는가. 그러면서도 그녀의 순수와 사랑을 내가 보았으므로, 그녀가 확인해주지 않는 마음을 나 혼자 느끼고, 맛보려 하고, 그 깊이와 색깔과 농도를 재려고, 내 가슴에 그녀가 진정으로 투여하는 사랑의 묘약이 얼마큼인가를 가늠하느라고, 청춘을 몽땅 탕진했던 시절.

그때보단 좀더 친절하고 여유 있게 자기를 보이는구나.
이조백자처럼 고아하게 빛나는 순수의 사랑을 탐해본 사람이면 알리라. 그 빛깔이 고와 만지려 해도, 그 신비가 깊어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깊이. 손끝이 닿을까 말까 하는 촉감, 맛도 향기도 느낄 수 없는 오지 촉감 하나로, 저 깊은 신비와 사랑의 농도를 다 파악하여 가슴이 터질듯하다가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한채 슬그머니 손을 빼야 했던, 언제나 깊은 경이 속에 숨어있던 그녀, 그녀의 사랑....안타까움은 자꾸 커져, 조금만 독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안타까움에 깔려 매몰되어 죽었으리라.

강의를 끝내고 그녀는 나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또 기다렸다. 그녀가 나올 건물 입구를 주시하며. 강의에 들어가기 전 또 기다리겠다고 하자, 그녀는 “너 무서운 애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 말이 나는 좋았다. 이 애는 항상 짤막한 말 한마디로 내 가슴의 뇌관을 치면서, 날 상쾌하게 자극하곤 했다. 이 애의 말투를 좋아하는 건 지상에 나 하나뿐인지도 모른다.

대학 1학년 때의 맑은 봄날. 우리는 월미도에 놀러 갔었다. 찰랑찰랑한 물결 표면에 햇살이 떨어지는 모양을 즐기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다소곳한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빼며, “난 이런 것 질색이야” 했다. 함부로 내비치지 않는 독특한 빛을 안에 간직한 여자. 그 한마디가 화살로 꽂혀, 대학 4년 내내 난 그녀의 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동물이 자는 겨울잠을 나는 숱하게 잤다. 79년과 80년대 초반 춥고 어둡던 시절. 갓 들어간 기숙사와 하숙집, 수업을 빼먹으면서 보들레르나 김승옥을 읽던 지취방, 도서관 옆 잔디밭에 누워. 너무 일찍 화살에 찔린 나는, 다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난 직관적으로 분노했고, 논리 보다는 홧김에 데모했다.

그녀의 손과 내 손은 늘 멀었다. 닿을까 말까 한 그 가까운 거리가 긴장된 나머지 멀리 느껴져, 어색함을 느낄 때가 꽤 많았다. 어색함으로 내 손은 부자연스러웠고, 그 부자연스러움은 몸 전체로 퍼지기도 하고, 언어로 퍼지기도 했다. 혀가 굳어 말이 잘 안나올 때도 있었고, 어떤 땐 혀가 과잉으로 풀려 몽상의 풀밭 위를 돈키호테처럼 달리기도 했다. 현실성 없는 내 사랑 고백을 그녀는 초롱초롱 다 들어주었다.

그녀의 맑고 산뜻한 눈을 바라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고, 그저 독특한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나비 같을 때가 많았다. 날개가 아프더라도,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현기증이 더 좋아, 공중의 봄 동산을 계속 날아다녔다. 가끔은 그녀도, 나비가 된 듯했다. 두 마리 나비는 꼭 붙어있질 못했고, 얼음 위에 도는 두개의 팽이처럼 닿았다간 멀어지곤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묻는, 우주적 설레임 속에 있었다.  

난 늘 설레였다. 그녀를 만난 적보다 기다린 시간이 훨씬 많았다. 종로서적 앞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예전다방에서. 그녀가 초대해준 무화수제과 옆 일일찻집에서. 최루탄 가스 속에서. 교실 유리창마저 부수고 들어와 터지는 독한 사과탄 내음, 뿔뿔이 흩어지는 분노의 발자국들, 빛나는 스크럼 속에서. 휴교를 당해 내려온 청주 교동집에서 어색하게 앞에 놓은 소주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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