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위안화 절하에 흔들린 엔화
[뉴스핌=노종빈 기자] 중국의 일본 엔화 길들이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가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갑작스런 위안화 절하카드를 꺼내들면서 일본 엔화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사진: 신화통신/뉴시스> |
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일본 엔화에게는 사실 실질적 타격이라기보다는 견제성 잽에 불과했다.
지난 2주간 중국 위안화 하락은 1.3%에 불과했다. 최근까지도 위안화는 강세를 지속해 왔고 JP모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는 10%에 가까운 절상률을 기록한 바 있어 관점에 따라서는 반전국면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고만장 승승장구하던 엔화는 마치 스탭이 엉킨 듯 주춤하면서 이내 약세 흐름을 접고 변동성을 확대하며 강세로 돌변했다.
지난달 21일 달러당 102.50엔대에서 거래되던 엔화는 지난 3일에는 101.43엔까지 단기적으로나마 1.04%대 강세를 기록한 것이다.
◆ 미국 등에 업은 일본 vs 중국·한국·독일 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세운 이른바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엔화는 25%대 거침없는 약세 행진을 해왔다.
FT에 따르면 가설적으로 엔화 약세의 이면에는 미국의 달러 강세 용인이 주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대한 상호 견제적 심리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수출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대폭 얻게 됐다. 반면 중국이나 한국, 독일 등 주요 수출대국들은 사실상 이에 반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중국 수출품들은 전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중국정부도 이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엔화 약세를 그리 반갑게 바라보지 않고 있다. 또한 고급형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독일도 언제까지나 뒷짐지고 바라보기만 할 지도 관심이다.
◆ 中 위안화 절하 유지 쉽지 않아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도 위안화 절하 상태를 유지하기가 만만치는 않은 모습이다. 자칫하면 스스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시중 대출을 인위적으로 축소할 경우 중국 경제는 급격한 경착륙의 리스크에 노출된다. 하지만 정부가 시중 유동성을 통제하는데 실패한다면 자산가치 버블과 악성채무의 급증을 떠안아야만 한다.
주요 헤지펀드들은 결과적으로 위안화 약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그간의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강세 흐름이라는 대세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최근까지 이들의 주된 투자전략은 엔화 매도포지션을 취하고 위안화 매수포지션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지난해까지도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엔화를 빌려 5배수 정도의 레버리지를 취한 뒤 위안화를 사들이면 간단했다. 게다가 위안화의 변동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 中 위안 절하, 경고성 메시지 통할까
하지만 중국정부가 이처럼 일방적이고 예측가능한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위안화가 갑자기 약세 전환하자 엔화는 당황한 듯 약세를 멈추고 소폭이지만 강세로 돌아선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타이밍 상으로도 이머징 마켓의 혼란을 틈타 글로벌 자금의 향방이 다시 일본과 미국으로 기울던 시점이었다. 여전히 자금은 엔화와 달러화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엔저를 향한 일본의 야심은 크게 변함이 없겠지만 중국이 웃을 수 있는 기회도 여전히 남겨져 있는 셈이라고 FT는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