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국내 기관, LG전자 '팔자'
[뉴스핌=한기진 백현지 기자]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설 연휴 동안 중국 레노버(Lenovo)가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29억1000만달러에 인수해, 그 파장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결과는 LG전자의 52주 신저가 6만3600원이라는 참담한 주가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는 큰 움직임 없이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뉴스 자체가 메가톤급이어서 국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LG전자 주가가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국내 기관 투심에 부정적 작용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레노보가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해 성공한 역사가 가장 크게 꼽힌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스마트폰 성장성에 의문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의 직격탄을 받을 것이란 불안감을 투자자에게 심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에 비관적으로 보는 분석은 거의 없다.
LG전자에 대한 레노버발(發) 불안감의 근원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붙은 의문 부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2%로 하락하자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다. 윤부현 LG전자 상무는 "L시리즈3 라인업 대폭 보강할 것으로 3, 5, 7, 9 라인업 가져갔는데 제품을 좀 더 촘촘히 박아서 지역별 요구를 수용할 계획"이라며 "프리미엄에서 가진 UX를 하방전개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밝혔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인 중저가 스마트폰의 해외시장 개척과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레노버는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21.6%, 지난해 3분기 기준)에 이어 점유율 2위라는 위치를 바탕으로 모토로라의 기술과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반면 LG전자는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 점유율이 0.2%(지난해 3분기 기준)에 불과한 데다 세계 시장에서 레노버라는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이미 이번 인수로 스마트 폰 글로벌 3위 자리를 내줬다.
소현철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G2로 고가 휴대폰은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앞으로 강화하겠다는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결과를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모토로라 경쟁력 회의적, 삼성전자 긍정적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관계 호전 기대도 나온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북미 4.0%, 중남미 7.2%를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 모두 철수했다. 또 모토로라의 특허 소유권은 구글이 갖기로 하고 레노버는 특허사용료를 지불하는 게 이번 인수 계약 내용이다. 게다가 인수하기로 한 생산기지 대부분이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로 이전해 원가절감 기대도 적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노버가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는 없을 전망"이라며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들의 소유권은 구글이 그대로 가지고 있고 레노버가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특허 경쟁력에서 열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중국인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모토로라 핵심인력들의 이탈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로서는 껄끄러웠던 구글과의 관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부담되는 변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쇼크도 두 번이면 면역
모토로라를 놓고 세계 IT시장을 흔든 빅 뉴스는 지난 2011년 8월 15일 구글이 인수했을 때도 있었다.
당시 스마트폰을 움직여주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는 인터넷 기업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며 증권가는 그 파장을 놓고 호들갑이었다.
하지만 같은 달 16일 삼성전자는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전날보다 6.08% 급등했고 LG전자는 200원(0.31%) 오른 6만5000원에 마감했다. 다만 이날 코스피지수가 4.83% 반등한 것에 비하면 LG전자의 오름폭은 미미했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흔드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