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에 사들여 2년간 107억 회수…특허권 1만7000건 확보
중국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가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한 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업체들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모토로라 인수로 레노버는 단숨에 3위 업체로 뛰어오를 만큼 파장이 크다. 이에 뉴스핌은 향후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도변화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응전략, 중국 레노버의 경쟁력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핌=노종빈 기자] 중국 거대기업들이 브랜드와 시장점유율이 앞선 기업들을 사들이는 M&A(인수합병) 사례는 계속될 것인가.
2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전문지 타임은 중국 레노버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는 더 이상 저임금의 경쟁력을 살리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이 현금을 주고 일시에 브랜드와 기술력,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레노버는 PC시장의 강자로 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이끌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보유한 모토G나 모토X 스마트폰의 인지도는 낮다. 시장 점유율도 업계 3위이긴 하지만 1위 삼성(32.3%) 2위 애플(15.5%)에 비해 현저히 낮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PC 산업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1950년대 냉장고가 개발되는 데 얼음공장을 인수하려는 사례가 되지 않을지 타임은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도 구글이 레노버에 모토로라모빌리티를 매각하면서 자신의 숙원인 스마트폰에서의 안드로이드 체제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125억달러에 사들였던 모토로라모빌리티에서 대략 107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계산법은 이렇다. 구글은 지난 2012년 모토로라 모뎀·셋톱박스 제조부문을 23억5000만달러에 아리스 그룹에 매각했다. 또한 인수 당시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 30억달러를 넘겨받은 데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로 24억달러의 세금이연성 자산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29억1000만달러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매각대금까지 합치면 구글이 챙긴 이익은 106억6000만달러 정도가 된다. 나머지 18억달러는 회수하지 못한 손실로 남지만 이것도 향후 2년간 모토로라를 그대로 보유했을 때 얻게 될 십수억달러의 손실을 생각하면 전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구글은 모토로라가 가지고 있던 특허 1만7000여건은 레노버에 고스란히 넘기지 않고 라이센스를 통한 사용권을 허락했다. 결국 레노버는 모토로라라는 브랜드와 장비, 시장점유율만 갖고 일정 시점이 되면 특허권은 구글과의 재계약을 통해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즉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당시부터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빈껍질 상태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자산과 현금은 인수한 그대로 청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결국 인수 2년 만에 특허권만을 걸러내 확보한 것이다.
구글은 왜 특허에 집착하는가? 구글이 향후 새로운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거 특허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애써 기술을 개발했는데 특허괴물(특허소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 나타나 소송을 걸어온다면 향후 연구개발 투자와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글이 모토로라를 매각하는 속내는 그 어느 때보다 앓던 이가 빠진듯이 속시원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경쟁이 그 어떤 시장보다 극심하다"며 "승자가 되려면 올인을 해야 한다"고 한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이 말에서 잘 드러나듯 구글은 극심한 경쟁으로 언제든 판도가 뒤집힐 수 있는 스마트폰 제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구글은 모토로라를 정리하면서 삼성과의 안드로이드 연합 전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이 구글의 모토로라 매각으로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삼성은 구글이 챙긴 특허권을 돈을 주고 이용하는 형태가 된다. 삼성은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최근 잇따라 패배하면서 구글의 특허를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구글의 특허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레노버도 삼성과 비슷한 위치의 고객이 된 것이다.
또한 구글은 최근 주목할 만한 인수합병으로 네스트를 인수한 바 있다. 네스트는 향후 유력한 스마트폰 트렌드인 사물인터넷으로 가는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이다. 애초에 모토로라의 모바일 사업을 구글은 원치 않았을 수도 있고, 이번 구글의 매각으로 큰 차익을 남기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이 확보한 막대한 특허 자원을 감안할 때 당초 인수 당시 투입액의 상당 부분은 전략적 이득으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
앤디 하그레이브스 퍼시픽크레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가 올해 8억달러 이상 손실을 낼 전망이었다"며 "모토로라 매각으로 구글은 주당 약 2달러 이상 이익이 증가한 주당 53.15달러의 순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